오늘은 본식에 앞서 신랑집에 가져갔었던 신부 이바지 음식을 소개할까 해요. 지난번 포스팅했던 신랑의 이바지 음식 편에서 살짝 소개했었지만, 신부의 이바지 음식은 신부의 친정 음식 솜씨를 통해 신부의 음식 솜씨를 평가하는 나름 시어머니의 미션이래요. 요즘은 이바지 음식을 거의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신행 음식으로 준비를 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저는 결혼 전날 음식이 무조건 들어가야만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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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시댁은 친가, 외가 모든 친척들이 결혼식 전날 집에 미리 와서 함께 보내고 다음날 결혼식이 끝나면 또 모두 시댁으로 모여서 잔치를 한다고 합니다. 결혼식 피로연을 하는 것인데요. 그래서 시어머님이 부탁하신 것이 있었습니다.
'얘야, 이바지 음식이 결혼 전날 들어왔으면 좋겠다. '
친척들이 모두 모이면 함께 먹을 음식들이 필요했는데 그래서 이바지 음식이 결혼 전날 들어왔으면 하셨던 겁니다. 결혼 전날 음식이 들어가려면 어떡하지 고민을 했어요. 보통 전문업체에 맡기는 편이지만, 저희는 결혼식 비용을 아끼려고 스드메도 하지 않고 셀프웨딩으로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직접 준비하는 쪽으로 생각을 했었죠. 게다가 약간 수고를 하더라도 결혼 음식은 직접 준비해 가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당장 내일이 결혼식이지만, 오늘 이바지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당장 내일 결혼하는 신부가 저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새벽부터 칠성시장 수산물코너에 가서 문어, 물명태, 전복, 대하를 구입했어요. 눈이 얼마나 오는지 하염없이 쌓여가는 눈을 바라보니 참 막막하더라고요.
'내일 과연 하객들이 무사히 올 수 있을까? 결혼식을 이대로 할 수 있을까?'
만감이 교차했던 결혼식 하루 전 날 저는 장을 잔뜩 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신랑이 가장 좋아하는 산적꼬치전이에요. 저희가 사귄 첫 날이 설날이었어요. 설 당일을 할머니 댁에서 보낸 뒤 저녁에 만났을 때 신랑이 저 먹으라고 싸왔던 산적꼬치전이 아직도 기억나요. 작은 통에 산적꼬치를 가득 담아서
'이거 몰래 가져 온거야, 어서 먹어'
라고 말했었죠. 알고보니 신랑이 가장 좋아하는 전이었어요. 물론 저도 저희 집에서 산적꼬치를 먹고 왔었지만, 제 생각해서 가져온 게 참 고마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후로 명절이나 좋은 날이 되면 산적꼬치전은 꼭 만든답니다.
산적꼬치전 : 쇠고기, 맛타리 버섯, 쪽파, 맛살, 햄을 얇게 손질해 이쑤시개에 촘촘하게 꽂았어요. 재료를 큼직하게 손질하는 것보다 얇게 썰어서 촘촘하게 여러개 끼우는 게 더 맛있더라고요.
두부전 : 키친타월을 이용해 물기를 충분히 빼준 다음 소금을 살짝 뿌려 밑간을 맞춰주세요. 밀가루를 묻히지 않고 달걀물만 적셔서 구웠어요.
노릇하게 잘 구워진 새송이전과 물명 태전입니다. 미나리 잎이 없으면 쑥갓 잎사귀를 사용해도 예뻐요.
새송이버섯전 : 버섯은 얇게 썰어 계란물만 입혀서 노릇하게 구웠어요.
물명태전 : 물명태는 튀김가루 옷을 입힌 다음 계란물을 입혀줬어요.
애호박 완자전, 표고 완자전, 깻잎 완자전, 해물완자, 소고기말이 야채전, 산적꼬치전을 소쿠리에서 식히는 중이에요.
완자 : 돼지 분쇄육, 당근, 버섯, 두부, 대파, 호박, 계란, 전분, 소금 등을 넣어 만들었어요.
애호박 완자전 : 병뚜껑을 이용해 속을 뚫어내고 완자로 채워주세요.
표고 완자전 : 버섯 밑둥을 떼내고 표고 머리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준 뒤 아래쪽에 완자로 속을 채워주세요.
깻잎 완자전 : 깻잎에 쌈싸듯이 완자를 올리고 반으로 접어 살짝 눌러주세요.
*애호박완자전, 표고완자전, 깻잎 완자전은 튀김가루 > 달걀물 순으로 묻혀서 구워주세요.
해물완자전 : 완자반죽에 오징어, 새우를 다져 넣어서 동그랗게 구워줬어요.
소고기말이야채전 : 소고기(샤브, 불고기용으로 준비)를 넙적하게 펼친 뒤 깻잎, 팽이버섯, 당근을 넣어 돌돌 말아 구웠어요.
드디어 모든 전이 완성이 되었어요. 홍고추가 매웠는지 손끝이 많이 아렸어요. 그래도 끝이 보입니다.
통으로 삶은 돼지고기입니다. 돼지고기 수육을 준비했는데, 정육점에 갔더니 이바지 음식에 쓰이는 돼지고기 수육은 자르는 게 아니라고 하셨어요. 성인 등만큼 넓적하고 큼직한 고기 덩어리를 통으로 삶으려니 곰탕용 큰 냄비에 꽉 차더군요.
문어, 전복, 대하는 찜기에 넣어 폭폭 쪘어요. 이바지음식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이바지 메뉴를 검색했답니다. 제 손으로 직접 준비하면 얼마나 절약이 되는 건지도 궁금해서 전문업체에서 판매하는 가격차이도 계산을 해봤어요. 문어는 가장 큰 놈으로 8만 원에 구입을 했어요. 전문업체에서 같은 kg의 삶은 문어를 25만 원에 팔더라고요. 삶아서 장식만 하면 끝인데 가격 차이가 아주 크지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미리 구입한 각종 바구니 위에 삶아 준비한 재료들을 얹었어요. 종이호일을 살짝 깔아주니 훨씬 깔끔하고 보기도 좋았어요.
동네 마트 팔지 않아 급하게 식자재마트까지 뛰어가서 구입한 파슬리와 방울토마토에요. 이쑤시개에 꽂아서 장식합니다.
파슬리는 그냥 쏙쏙 끼워주면 되고, 방울토마토는 여기저기 허전한 곳마다 꽂아줬어요.
해물찜을 넣을 바구니에도 종이호일을 꼼꼼하게 깔아줬어요.
짠, 모듬해물찜 완성이요!
문어도 장식을 아름답게 마쳤답니다. 대왕문어가 숲속에 누워있는 것 같이 보이네요.
이제 전을 차곡차곡 넣어볼게요. 가장 아래쪽에는 해물파전을 두 단으로 깔아줬어요.
이제 그 위에 종류별로 전을 차곡차곡 꼼꼼하게, 많이 많이 쌓아 올려 꽉 채워주는 거죠.허전한 자리마다 역시 파슬리와 방울토마토를 올려주고요.
나이떡으로 준비한 찹쌀떡이에요. 신랑 신부의 나이를 더한 수만큼 넣어서 보낸다고 해서 저도 그렇게 준비했어요. 찹쌀떡 전문 도매상에서 도매가로 1만 원에 구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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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식을 금색 보자기로 곱게 포장한 모습이에요. 왼편에 세워진 두 보자기는 제가 사진으로 소개하지 못했었는데요. 금색 보자기에 싸인 것은 엄마가 직접 만드신 식혜, 붉은 보자기에 싸인 것은 정종이에요. 언니 시집갈 때 엄마가 식혜를 싸서 보냈던 붉은 보자기를 언니가 보관하고 있었나 봐요. 저것도 사려면 몇 천원 하던데, 언니가 챙겨줘서 알뜰하게 잘 사용했어요. 이바지 음식 전문점에서 이 정도 맞추면 80만 원 정도였는데 제가 직접 준비를 해서 30만 원 선에서 잘 마무리했답니다.
아침부터 장을 봐서 저녁 8시쯤 마무리 했어요. 바로 다음 날이 제 결혼식이라 언니네 가족이 집에 와서 함께 있었는데, 형부가 차로 태워주고 함께 들어줘서 시댁까지 힘들지 않게 잘 갔답니다. 바리바리 싸들고 갔더니 어머니, 아버지께서 너무너무 기뻐하시고 좋아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그날의 피곤과 고생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는데요. 다시 결혼식을 하라고 해도 저는 제 이바지 음식 제가 또 할 것 같아요. 이바지 음식 준비는 힘들어도 그만큼 값지고, 의미있고, 기쁨으로 가득한 행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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