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아일랜드(Cook Islands) 여행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라군 크루즈 당일이 되었어요. 오전부터 시작된 일정은 5시간 정도 가까이 진행이 되었었는데 정말 즐거웠답니다. 라로통가의 라군 크루즈는 크게 2개 업체로 나뉘는데 저희가 방문한 곳은 '코카 라군 크루즈(Koka Lagoon Cruises)'였어요. 여행을 떠나기전 사전조사를 할 때 코카 라군 크루즈의 일정과 서비스가 더 좋다는 말을 들었었거든요. 모든 일정은 무리 해변(Muri Beach)에서 진행되며 점심식사가 포함이 되어 있었어요.
저희의 첫 스노쿨링 경험은 신혼여행으로 갔었던 몰디브였는데 그 때 만났던 바닷속의 아름다운 환경을 생각하니 정말 설레는 마음이 가득해지더라고요. 한껏 기대에 부풀어 신랑과 저는 무리 해변으로 이동했답니다.
코카 라군 크루즈(Koka Lagoon Cruises)
주소 : Muri Beach, Rarotonga, 쿡 군도
전화번호 : +682 27 769
웹사이트 : kokalagooncruises.com
영업시간 : 일 월 화 수 목 금 AM 8:00 - PM 3:30 / 토 휴무
▲ 아침 9시 15분, 리조트 앞에 도착한 픽업차량
코카 라군 크루즈에 조인하는 사람들을 픽업하기 위해서 버스가 왔어요. 라로통가는 섬의 해안을 따라 리조트가 형성되어 있고 리조트 라인을 따라 해안도로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픽업하는 것이 굉장히 쉬웠어요. 승강장에 버스가 서는 것처럼 리조트 입구 앞 도로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와 있었답니다.
▲ 코카 라군 크루즈를 위한 승객들이 모이는 곳
▲ 당일 현장에서 결제를 했습니다.
전날 리조트 리셉션을 통해서 코카 라군 크루즈를 예약했었는데 현장에 가보니 저희 이름이 적혀 있더라고요. 라군 크루즈의 가격은 1인 NZ$ 79(59,000원)입니다. 저희는 스노쿨링 개인장비가 있어서 대여를 하진 않았지만 업체에서는 생각보다 좋은 스노쿨링 장비를 갖추고 있었고 무료로 대여가 가능했었답니다.
오리발은 배에서 대여가 가능한데 스노쿨링을 하기 직전에 필요한 사람에 한해서 나눠줍니다. 구명조끼는 배에 여분이 있지만 혹시 부족할 수 있으니 개인 구명조끼가 있다면 준비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뭐, 그리 깊거나 위험한 수중환경이 아니라서 걱정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미리 예약하시는 것만 잊지마세요.
▲ 오늘 일정을 함께 할 배
적당한 시간에 잘 도착했었는데 생각보다 조금 소박한 배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오른쪽의 큰 배에서는 크루들이 모두 모여 악기를 연주하며 쿡 아일랜드의 전통노래를 부르고 있었답니다. 사람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큰 볼거리를 제공해줬지요. '모아나' 보셨나요? 꼭 모아나의 섬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조금 신기했던 점은 투어를 떠나기전 크루중 한사람이 대표기도를 했다는 겁니다. 국민 94%가 그리스도교라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이런 상업적인 곳에서 크루가 대표로 기도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거든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나요? 인종과 종교를 뛰어 넘어 모든 사람들이 눈을 감고 기도했답니다 ^^;;
▲ 코카 라군 크루즈 크루들의 신나는 공연
크루들은 악기 연주와 노래 부르는 일을 쉬지 않았는데 정말 흥겹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스노쿨링 포인트로 이동을 하는 동안 많은 노래를 들려줬어요. 대부분의 노래는 쿡 아일랜드의 노래였는데 마오리 전통 민요도 많이 불러줘서 많은 키위(뉴질랜드 사람)들이 즐겁게 따라 불렀었답니다. 저는 마오리어를 모르기에... ^^;;
▲ 흥이난 승객들의 모습
하지만 언어의 장벽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노래의 가사를 알아듣거나 따라부를 수 있는가의 문제보다는 그저 음악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해 흥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게다가 크루들의 입담이 얼마나 좋은지요.
▲ 배의 중앙 바닥은 유리였습니다.
크루중 한명이 갑자기 바다로 뛰어 들더니 잠수를 해서 배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렇게 바닥에 있는 커다란 조개를 주워서 보여주거나 물고기를 모아서 보여줬어요. 쿡 아일랜드는 흑진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죠.
▲ 코카 라군 크루즈 동선과 일정
무리해변에서 출발을 해서 아주 천천히 이동하며 공연을 즐겼어요. 그렇게 스노쿨링 포인트까지 가서 스노쿨링을 30분간 즐기고 다시 점심식사를 하러 무리해변 맞은편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이동을 했죠.
▲ 스노쿨링 포인트의 발판
스노쿨링 포인트에 도착하면 이렇게 발판들이 설치되어 있어요. 이 곳에 배가 서고 간이계단을 내려주면 사람들은 차례로 내려와 발판을 딛고 섭니다. 그리고 간단한 설명을 듣고 자유롭게 이 근처에서 스노쿨링을 한답니다. 4-5명의 크루들이 함께 스노쿨링을 하며 가이드를 해줘서 특별히 위험하거나 어려운 부분은 전혀 없었어요.
문제가 있었다면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겁니다 ^^;; 몰디브 스노쿨링 투어는 사실 10명 내외의 소그룹으로 이동을 했었기 때문에 복잡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요. 이번 라로통가의 스노쿨링 투어는 너무 복잡했던 것 같아요.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갑자기 기억이 나더군요. 물 반, 사람 반...
굉장히 강해보이는 커다란 물고기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회 쳐먹으면 어떤 맛이 날까 궁금했던 물고기들입니다.
▲ 라로통가의 수중환경
크루들이 저렇게 살을 발라낸 생선을 통째로 물고기들에 던져줬는데요. 정말 수많은 물고기들이 서로 먹으려고 달려들더군요. 가까이에서 촬영을 하다가 제가 잡아먹힐까봐 겁이 났었던 순간이 많았답니다. 물고기들은 너무 예뻤는데, 산호가 아름답지 않았어요.
▲ 쿡아일랜드의 죽은 산호들
쿡 아일랜드의 산호는 이미 대부분 죽어버린 상태였어요. 물도 여전히 맑고 아름다운 물고기도 많았지만 산호는 모두 죽어서 이미 백화현상이 일어났거나 새카맣게 변해버린 상태였어요. 가끔 극히 일부가 살아 있기도 했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죠. 약 5년 전부터 산호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는데 2년 전부터는 눈에 띄게 죽기 시작했고 지금은 쿡 아일랜드의 모든 산호가 이렇게 변해버렸습니다. 스노쿨링이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이었는데, 사실 실망이 굉장히 컸지만 그 것보다 안타까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 스노쿨링 후에 먹은 코코넛
30분의 짧은 스노쿨링 시간이 끝나고 배에 다시 탑승하자 간단한 간식으로 코코넛이 나왔습니다. 저희가 보는 앞에서 크루가 코코넛을 직접 까서 과육을 잘라줬습니다. 오독오독 씹어 먹는 맛이 좋았어요.
다시 배를 타고 무리해변 맞은 편에 있는 작은 섬으로 왔습니다. 이 곳에서 저희는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자유롭게 테이블을 잡아서 앉았고 몇명의 크루는 음악을 연주하며 노래를 했고 몇명의 크루는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크루들이 직접 차려주는 점심이 얼마나 맛있을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답니다. 열심히 과일을 손질하고 계신 분들도 보이네요. 배에서는 노래 부르고 연주하랴, 내려서는 음식 장만하랴 이 분들도 정신이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하루에 일정 하나만 소화하고 이 정도로 돈을 번다면 그것도 할만한 일인 것 같아요. 일정 한번에 모이는 승객이 무려 70명 이상이거든요.
바나나와 생선을 굽고 있는 크루들도 보입니다. 빨간 바지를 입으신 훈남 총각이 대표기도를 했던 크루에요. 사진을 찍으니 포즈를 취해 주시네요. 맛있는 점심을 준비해주세요~
▲ 식수와 쥬스
점심을 기다리는 동안 목이 마른 사람들을 위한 물과 쥬스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몇년 전에 이 곳을 다녀간 사람 중에는 이 물을 마시고 식중독에 걸렸다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요즘에는 워낙 정수 시설이 좋아서 그런 문제는 없는 것 같았어요. 다만 물통이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답니다 ^^;;
▲ 화장실
한 쪽에는 화장실이 있었는데 남여 공용이며 딱 2칸이 있었습니다. 헌데 문은 잠기지 않았고 불도 없어서 캄캄한 가운데 볼일을 봐야했어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로 망을 봐주며 볼일을 봤는데 참 웃겼죠.
▲ 테이블에 망고와 코코넛이 준비되었어요.
코코넛과 망고는 질리도록 먹었답니다. 달콤한 망고와 부드러운 코코넛의 조화는 정말 좋았어요. 꿀맛!
식사시간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의 허기짐은 더해졌고 크루들의 손놀림은 더 바빠졌어요. 이렇게 많은 음식들이 뚝딱뚝딱 나오는 것이 참 신기했죠.
드디어 모든 음식이 준비가 되었고 식사시간이 되었어요. 식사를 앞두고 크루의 대표기도가 또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여자들과 아이들이 먼저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모든 여자들과 아이들이 음식을 가져가고 난 뒤 남자들의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크루들의 연주와 노래는 끝나지 않았어요. 벌써 몇시간째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겉과 속이 같을지는 알 수 없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정말 즐기는 것처럼 보였답니다.
▲ 오늘의 점심식사
생선스테이크, 구운 바나나, 소세지, 볶음양파, 샐러드, 코울슬로, 밥, 망고, 수박, 코코넛이 함께 나왔어요. 푸짐하기도 했고 예상외로 맛이 정말 좋았답니다. 전문가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서 그리 맛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죠. 부족하면 더 먹을 수 있었지만 한 접시로도 충분했던 것 같네요.
▲ 하카를 추시는 족장님(선장님)
이제 일정이 끝났을 것이라 생각할 때 쯤 갑자기 쿡 아일랜드의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이 뛰쳐나와서 하카를 추기 시작했어요. 갑작스러운 족장님의 등장에 모두 놀랐고 곧 알게 되었죠. 이 족장님이 저희 배의 선장님이라는 것을요.
▲ 코코넛 나무오르기 한국대표선수로 나간 신랑
8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 중에 한국인은 저희 두사람 뿐이었고 동양인 또한 저희 두사람 뿐이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뉴질랜드에서 온 키위, 호주에서 온 오지였죠. 그리고 족장님은 뉴질랜드와 호주, 캐나다의 대표를 한사람씩 앞으로 불러냈는데, 다른 국가는 없냐는 말에 제가 [ 코리아! ] 라고 외쳤더니 자연스럽게 저희 신랑이 대표로 뽑혀 앞으로 나가게 되었어요. 저희는 백인들의 무리에서 동양인 대표가 되었죠 ^^;;
한국과 뉴질랜드, 호주와 캐나다가 짝꿍이 되어 족장님이 시키는 대로 악수도 하고 서로 소리를 지르며 기선제압을 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그리고 이들이 도전한 것은 바로 코코넛 나무 타기입니다.
모두가 코코넛 나무를 제대로 오르는 것에 실패했지만, 족장님은 달랐어요. 한번의 점프로 저만큼 올라가시더니 순식간에 꼭대기까지 올라가셨죠. 진짜 원숭이를 보는 것 같았어요 ^^;;
이 곳은 매년 코코넛 나무 오르기 대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한데요. 그 중에서 가장 높았던 코코넛 나무에 순식간에 올라간 족장님은 코코넛 하나를 따서 내려오셨어요. 저렇게 다부진 몸을 가진데는 다 이유가 있는거죠.
그리고 자원자를 받아 계속해서 이벤트를 이어가셨어요. 3가지 종류의 코코넛을 소개하고 자원자들이 직접 코코넛을 까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고요.
특별한 기념일을 맞이한 커플들을 불러내 커플 댄스를 추기도 했죠.
족장님이 쓰고 계시는 코코넛 나뭇잎 모자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셨고요. 모두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쿡 아일랜드의 전통 춤도 가르쳐 주시고 조금 짖궂은 장난을 섞은 이벤트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많이 주기도 하셨어요. 참 재밌고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크루들이 뒷정리를 할 동안 저희는 잠시 해변에서 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해변에는 정말 많은 해삼들이 있었는데 이 곳 사람들도 해삼을 먹는다고 하네요. 먹는 것은 어딜가나 특별히 다를 것이 없나봅니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죠?
그리고 저희는 이 곳을 떠나 리조트로 돌아갔습니다. 다시 배를 타고 무리해변으로 돌아갔는데 돌아가는 길에도 크루들의 연주와 노래는 끊이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는 특별히 '모아나' OST 위주로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정말 너무 행복했답니다. 저 모아나 팬이거든요. 제가 모아나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이미 죽어버린 산호로 인해 쿡 아일랜드의 스노쿨링은 제게 큰 만족을 주지 못했지만, 코카 라군 크루즈의 탄탄한 일정 때문에 오히려 더 만족감을 얻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한번 더 가더라도 이 일정에는 꼭 다시한번 조인하고 싶네요. 라로통가에 가신다면 꼭 한번 조인하셔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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