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 와서 가장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두명 있는데 모두 일본인 친구들입니다. 1년간의 뉴질랜드 생활을 마치고 이제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하네요. 다가오는 8월부터 뉴질랜드의 이민법이 꽤 어렵게 바뀌는 바람에 많은 외국인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랍니다. 저희 또래의 한국인들도 꽤 많이 돌아가는 것 같아서 마음 속으로 약간 힘이 빠지는 기분도 들었지만 그래도 신랑의 한번 해보자는 말에 용기 얻어 저희는 영어공부에 주력하며 이런 저런 준비들을 하고 있답니다.
이 곳에 머무는 동안 제가 만든 김치를 꽤 많이 사랑했던 두 일본인 친구들이 이번에는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러 왔답니다. 그냥 들으면 까먹는다고 동영상을 촬영한다면서 카메라까지 가지고 왔네요. 몇달 전에 제 김치를 구입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친구끼리 뭘 사고 파냐고 필요할 때마다 김치를 싸줬었답니다. [ 마나미, 아유미! 나 이번에 김치 담을 때 같이 담아볼래? 원한다면 내가 가르쳐줄게 ] 라고 말했더니 [ 당연히 우린 좋지! 정말 고맙다. 꼭 불러주면 좋겠다 ] 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제 배추 끝물이라 좋은 배추가 없을 것 같기는 했지만 실하지는 않아도 나오는 배추가 조금 있길래 10포기를 구입했답니다. 배추가 그리 풍성한 편이 아니라서 지난번 10포기 담을 때와는 양이 굉장히 차이가 났습니다.
▲ 마나미와 함께 배추를 절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무릎을 꿇는게 가장 편한 자세라고 하네요. 김치 만들기 레서피가 궁금하시다면 (참조링크 : *김치만들기와 김치양념만들기 클릭해주세요.)
▲ 배추에 소금을 뿌려 절여 놓은 모습입니다.
배추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어요. 한참 전에 수확한 배추를 겉잎이 상할 때마다 떼내고 떼내서 팔다보니 점점 배추 크기가 작아진 것 같더라고요, 초록색 겉잎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거든요. 배추를 구입하면 늘 시래기 만들 겉잎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하나도 건지지 못했답니다. [ 마나미, 아유미, 원래 배추는 겉에 초록잎이 있어서 식감이 드센 편인 초록 잎은 보통 떼내서 시래기를 만들어. 저번에 내가 만들어준 시래기 된장찌개 기억나지? 거기 넣었던 배추가 이거야 ] 라고 말하며 냉동실에 보관해두었던 시래기를 꺼내서 보여줬답니다. [ 이거 만드는건 굉장히 쉬워. 그냥 끓는 물에 겉잎 넣고 소금 살짝 뿌려서 삶은 뒤 죽죽 찢어서 물기 짠 다음 냉동보관하면 돼. 필요할 때마다 미소에 조금씩 넣어 먹어 ] 라고 했지요. (참조링크 : *배추 시래기 만드는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배추시래기만들기를 클릭해주세요.)
배추 손질부터 가르쳤는데 마나미가 생각보다 본인 고집이 있어서 말을 잘 듣지 않았습니다. [ 마나미, 뿌리 쪽을 칼로 잘라서 더러운 부분은 버려야하는데, 너처럼 너무 많이 잘라내 버리면 배추 잎이 다 떨어져서 안돼. 적당히 잘라서 배추 잎들이 다 붙어 있도록 해야해 ] 이렇게 말을 해도 자꾸만 뿌리를 싹 잘라 버리더라고요 ^^;;
▲ 마나미는 직접 배우고 아유미는 촬영을 했습니다.
[ 소금물에 손질한 배추를 넣어서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절여둬야해. 배추에 밑간도 하고 물기도 빼는건데 이게 아주 중요해 ] 라고 말하며 얼마나 많은 물에 얼만큼의 소금을 넣어야하는지 가르쳤어요. 잘 모르겠으면 간을 보라고 했습니다. 다행히도 평소에 본인들이 담궈먹는 오이지나 배추절임과 방법이 똑같아서 어렵지 않다고 하네요. 배추가 둥둥 뜨지 말고 소금물 속으로 쏙 들어가라고 무거운 그릇들을 몇개 배추 위에 올리니 [ 우와, 이거 정말 똑같아! 우리도 이렇게 하거든~ 하하 한국인도 일본인도 이런거는 똑같구나! ] 라고 말하더군요. [ 오늘은 여기까지야, 이제 오늘 할일은 끝났고 내일 다시 만나면 될 것 같아 ] 라고 말하고 저희는 헤어졌습니다.
▲ 다음날 함께 모여 먼저 점심을 먹었습니다.
한국음식을 워낙 좋아하는 친구들이라 집에 올 때마다 한국음식을 대접했는데 이번에도 맛있는거 해주고 싶은 마음에 김치찌개와 불고기를 만들었답니다. 한국의 불닭볶음면도 좋아할만큼 매운 음식에 익숙해진 친구들이라 불고기도 고추장 넣어서 매콤하게 만들었지요.
▲ 후식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베리류 듬뿍 넣어 달콤 쌉싸름한 레드와인을 부어 먹었습니다.
이미 떠난 친구인 하루카가 와인농장 견학을 갔을 때 배워온 레서피입니다. 선물로 준비했다며 와인과 냉동베리,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찾아왔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그 맛이 너무 좋아서 저희는 지금도 종종 이렇게 먹습니다.
▲ 다음날 배추가 푹 절여진 모습입니다.
▲ 푹 절여진 배추를 건져 물기를 짰습니다. [ 이거 별거 아닌것 같지만 짜다보면 손목이 많이 아플 수 있어. 그래서 늘 조심해야해. 나는 손목이 시큰거려서 이거 짜는건 늘 우리 신랑한테 부탁하는 편이야 ] 라고 말했더니 자긴 손목이 튼튼해서 괜찮다며 물기를 잘 짭니다. 속으로 말했죠. [ 건강할 때 애껴, 이것아.. ]
▲ 김치 만들 때 가장 중요한 풀죽 만들기를 가르치는 중입니다.
밀가루, 쌀가루 구분없이 네가 원하는 것으로 쓰면 된다고 알려줬습니다. 만약 둘 다 없는 급한 상황이라면 밥을 곱게 갈아서 써도 상관없는데 밥을 갈아서 쓰면 김치에 하얀 건더기가 살짝 살짝 보일 수도 있으니까 미관을 생각한다면 밀가루나 쌀가루를 쓰라고 추천 했습니다. (칠리소스가 왜 저기 있는지는 저도 기억이 안납니다^^;; )
마나미는 풀죽이 가장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 일본에서도 김치는 꽤 유명해서 검색만 하면 쉽게 레서피를 구할 수 있어. 근데 네가 만드는 풀죽 같은건 한번도 본적이 없었어. 정말 신기해! ] 라고 말하며 '스고이'를 연발 했답니다.
▲ 모든 재료를 넣어서 김치 양념을 섞고 있는 중입니다.
그 외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알려줬습니다.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생각보다 재료 준비가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마늘과 고춧가루의 양에 모두 굉장히 놀라더군요. [ 우와, 이만큼 많은 양의 재료가 들어가니까 김치가 그렇게 비싸구나 ] 라고 말하더라고요. 먼저 섞는 것을 보여주며 [ 이렇게 섞어줘야해 ]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곤 마나미에게 직접 해보라고 했지요. [ 와, 이렇게 뻑뻑하게 양념을 만드는지 몰랐어. 일본에서 김치 만드는 레서피와 전혀 다른 것 같아. 우린 정말 물을 많이 넣거든 ]
▲ 완성된 김치양념과 절임배추입니다.
김치양념을 만들고 난 다음 간을 봤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제게 주던 것처럼 저도 배추의 작은 잎을 똑 떼어내서 양념을 묻힌 다음 마나미의 입으로 넣어줬지요. 어릴 때는 엄마가 이렇게 맛을 보라며 주는 배추의 가장 어린잎이 너무 좋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 배추에 양념을 어떻게 묻혀야 하는지 설명을 하며 함께 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묻혀가는지, 통에 담을 때는 어떤 모양으로 담는지 등 차례차례 차근차근 알려줬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재밌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에 양념이 약간 애매하게 모자랐는데 이럴 때는 미리 양념을 바른 김치의 양념을 조금씩 가져와서 보충하면 된다고 말해줬지요. 그렇게 김치를 모두 만들었답니다.
만들다보니 마나미는 [ 어제 네가 왜 뿌리쪽에 많이 자르면 안된다고 했는지 알겠어. 내가 손질한 배추는 잎이 다 떨어져서 너처럼 양념을 묻힐수가 없네 ] 라고 말하더군요. [ 하하, 근데 이렇게 양념 묻히는거 일 많다고 어떤 분들은 너처럼 아예 처음부터 뿌리를 싹 다 잘라내서 배추 잎을 모두 떨어뜨린 다음에 버무리는 경우도 있어~ 보기에는 예쁘지 않아도 그게 훨씬 빠르고 간편하다고.. ] 서로 수다를 떨면서 만들다보니 순식간에 김치를 다 만들었답니다. 저는 양반다리로 앉아서 했는데 친구들은 끝까지 무릎을 꿇고 있더군요. [ 다리 안아파? 저리지 않아? ] 라고 물었더니 [ 우린 이게 편해. 어릴 때부터 쭉 이렇게 생활해서 괜찮아~ ] 라고 하더군요.
[ 조이, 근데 그거 알아? 일본인들은 어릴 때부터 꿇어 앉기만 해서 대부분 다리가 많이 짧아. 아무래도 다리에 피가 종종 안통해서 그런것 같아. 근데 요즘 애들은 꿇는 문화가 거의 사라져서 그런지 다들 다리가 길더라고? 우린 피해자야 정말~ ] 이런 비밀도 알았지요^^
가는 길에 아유미와 마나미에게 각각 김치 1포기씩을 통에 넣어 싸줬어요. 그랬더니 [ 조이~ 이걸 이렇게 다 주면 어떡해~ 차라리 우리가 살게 ] 라고 말합니다. [ 네가 직접 담근 첫 김치인데 어떻게 맛을 안봐? 이거 가져가서 남은 기간동안 맛있게 먹어. 일본으로 이제 곧 돌아갈텐데 그 때까지 먹을 양은 될거야 ] 라고 말하며 친구들을 보냈습니다.
▲ 그리고 몇일 뒤 마나미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답니다. 이제 내일 모레면 떠난다며 제게 주고간 선물입니다.
▲ 열이 날 때 이마에 붙이는 쿨패치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아기들 이마에 붙이는 것을 한두번 봤었는데 어른용으로도 나오는지는 몰랐네요. 열이 많이 날 때 이마에 한번 붙여봐야겠어요. 쿨패치 외에도 몇가지의 약품을 주고 갔어요.
▲ 이게 가장 깜짝 놀랄만한 선물이었는데 일본의 전통칼이라고 했습니다. 이 칼은 야채만 손질하는 야채 전용 칼이랍니다. [ 조이, 김치 담을 때 이 칼을 쓰면 굉장히 좋을거야. 하지만 이 칼은 스텐이 아니라서 사용하고 나면 꼭 물기를 제거해야해. 그리고 칼을 갈 때는 무조건 전용 돌을 사용해야하니까 조심해야해 ] 라고 당부를 하더군요. 일본의 전통 칼을 선물로 주다니..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 일본의 젓가락이라고 합니다. 총 10세트를 줬는데 굉장히 가볍고 끝이 뾰족했답니다. [ 이거 사람 찌르겠다 ] 라고 말하며 조심하라는 신랑... ^^;;
▲ 이건 집에서 먹던 것인데 미소는 새 것이고 생강초절임은 아주 조금 덜어 먹은 것이라 깨끗한 것이라며 줬습니다. 집에서 스시를 만들어 먹거나 일본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 곁들이면 좋다고 하면서요. 사실 비슷한 종류인 된장이 집에 늘 있다보니 미소는 사먹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미소를 만들어 먹어봐야겠습니다. 먹던 것이라도 정말 고마웠어요.
▲ 예쁘게 이름까지 적어서 준 마나미의 카드입니다. 알록달록 참 귀엽게도 꾸몄습니다. 그림으로 마나미 부부의 얼굴이 들어갔는데 특히 마나미의 신랑은 실물과 너무 흡사해서 깜짝 놀랐답니다. 너무 고마운 친구입니다.
이렇게 한 친구가 오늘 새벽에 떠나갔습니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갔으니 아직 비행중이겠네요. 비행기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아주 여러가지겠지요. 뉴질랜드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도 있을 것이고 이제 곧 도착할 본토에 대한 설렘과 기대도 클 것 같습니다. 원래 오사카에 살던 마나미는 이제 오카야마라는 지역에 정착을 한다고 하네요. 와인 농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던 마나미의 남편은 올해 본인의 첫 와인도 만들었으며 자신의 이름을 넣은 와인라벨까지 만들었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민법이 강화되면서 더이상 와인, 요리 계통의 일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지자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친구들이 비슷한 사유로 이 곳을 떠날 것 같습니다. 아, 그래도 힘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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