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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신랑 머리카락 자르다가 망했어요

by Joy_Tanyo_Kim 2017.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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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약 6개월 전 뉴질랜드로 오기 직전에 신랑은 단골 헤어샵에 가서 머리카락을 예쁘게 잘랐습니다. 평소에 주로 투블럭 스타일로 머리를 했었는데 신랑은 워낙 조신한 스타일을 좋아하다보니 머리 밑이 하얗게 보이는 것 노골적인 투블럭을 굉장히 싫어했었죠. 그래서 늘 6mm 이하로는 머리카락을 밀지 않았었어요. 세미 투블럭이라고 부르지요? 뉴질랜드에 가면 헤어 컷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말을 들었었고 또 믿을만한 디자이너를 아는 것도 아니었기에 꽤 걱정을 했었죠.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저희 부부는 유투브에서 멋지게 셀프로 투블럭을 하는 영상을 접하게 되었답니다. 아저씨의 원빈처럼 생각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본인 머리를 직접 밀거나 와이프가 밀어주더라고요. 투블럭은 머리 윗부분 딱 잡고 라인 따라서 사이드와 뒤만 밀면 되기에 굉장히 쉽다고 했죠. [ 딱 잡고 밀며 끝이야~ ] 라는 그 말에 혹해서 저희는 냉큼 이발기를 구입했답니다. 혹시나해서 헤어용 가위 세트로 함께 구입을 했지요. 그 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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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된 이발기 사용의 아주 대표적인 예입니다. 첫 사진부터 이 사진을 보여드리는 것은 철저히 망했기 때문입니다 ^^;;;  




↗ 저희가 구입한 것은 국가공휴일 기념으로 파격세일을 했던 비달사순의 이발기입니다. 하프 프라이스로 대략 $30선에 구매를 했답니다. 





↗ 이건 알리에서 구입한 헤어용 가위세트입니다. 굉장히 저렴한 $18에 구입했지요. 




↗ 처음에 시작은 좋았습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저희 집 홈스테이 아들 W입니다. 파란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이 머리를 자르기 전인데 윗부분의 머리 길이가 딱 적당한 길이라 옆만 밀면 굉장히 예쁠 것 같았죠. 그리고 과감하게 밀었답니다. 이발기에 6mm 캡을 씌운 뒤 머리를 밀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예쁘게 잘 나와서 [ 오, 대박! ] 그랬습니다. 




↗ W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답니다. 중국에서 있을 때 이런 머리스타일을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던 W는 처음에는 약간 어색해했지만 다음 날 어학원에서 친구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굉장히 만족을 했지요. 이 후 W는 같은 스타일로 머리를 한번 더 밀었답니다. 




↗ 그리고 저희 신랑의 모습입니다. 몇 달 전에 처음으로 머리를 밀었을 때의 모습인데 신랑도 저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답니다. 미용실 가지 않고 이정도로 나온다는게 참 신기했고 충분히 만족했지요. 이렇게 머리를 한 뒤 2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신랑의 머리는 굉장히 많이 길었답니다. 어쩌다보니 파티 약속이 잡혀서 머리를 꼭 했어야만 했지요. 그리고 파티가 당장 하루 뒤로 다가왔을 때 저희는 머리카락을 잘라야만 했습니다. 




↗ 그리고 이 사단이 났지요. 




↗ 이게 보통 제가 사용하는 안전캡입니다. 6mm의 길이를 철저하게 지켜주는 멋진 제품이지요. 위에 있는 사진에서 보이듯이 저는 보통 양 옆의 사이드 부분을 먼저 밀어준 다음 뒷부분을 안전하게 정리를 하고 가장 마지막에 양 옆 귀 쪽을 다듬는데요. 하필 이 날따라 귀 옆을 먼저 정리하고 싶은겁니다. 귀 옆을 정리하려면 양쪽 귀 모양에 맞게 나온 귀 전용 안전캡을 씌운 다음 이발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하필 이 날따라 또 안 잘리는 부분이 있길래... 1mm안전캡을 끼워준 다음 안 잘리는 미세한 부분을 정리했지요. [ 아, 귀 쪽 완전 예쁘게 정리 되었어! ] 라고 신나게 신랑에게 자랑도 했지요. 




 그리고 1mm 안전캡을 뺀 다음 꼭 다시 6mm 안전캡을 끼워야하는데 깜빡했지 뭡니까..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1mm안전캡을 씌운 이발기의 모습입니다. 위에서 보신 6mm 안전캡을 씌운 모습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지요. 정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 아, 망했다 ] 




 ↗ 그렇게 신랑 왼쪽 머리에 아주 광활하고 곧은 직선의 도로가 생겼답니다. 너무 일자로 쭉 뻗은 멋진 도로라서 정말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답니다.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마음이 진정이 안되기 시작했습니다. 앞만 보고 있는 신랑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데... [ 아, 이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최대한 혼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까, 시간을 돌릴 수는 없을까, 나는 어쩌면 좋을까? ] 별 걱정이 다 들었지요. 그리고 조금의 뜸을 들이다가 신랑에게 [ 신랑, 내가 실수를 좀 했는데.. 뒤 쪽에 스크래치가 살짝 났어 ] 라고 말했답니다. [ 그래? 얼마나 크게 났는데? 사진 찍어서 보여줄래? ] 라고 말하는 신랑에게 저는 사진을 찍어서 신랑의 머리 모양을 보여줬답니다. [ 아, 이게 뭐야!!! ] 승질을 팍 내는 저희 신랑.. 어지간하면 승질내거나 큰 소리 내는 사람이 아닌데 말입니다. 저도 당황해서 [ 어떡하지? 어떡하지, 여보? ] 를 연발했답니다. 신랑은 떨리는 목소리로 [ 아, 어떻게든 좀 해봐! ] 라며 다급하게 말을 했지요. 순간 번뜩이며 난 생각은 [ 여보, 오른쪽에도 똑같이 라인을 만들어서 일부러 이렇게 모양을 낸 것처럼 만들어볼까? ] 였습니다. 왜냐하면 뉴질랜드는 워낙 다양한 머리스타일의 사람들이 많아서 사실 이 정도는 양반이거든요^^;; 하지만 [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말고 어떻게든 좀 해봐.. ] 라고 이야기하는 우리 신랑... 제가 어쩔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자 신랑도 답이 없었던지 [ 그럼 일단 오른쪽에도 한번 똑같이 해보고 그래도 진짜 이상하면 아예 싹 다 밀자 ] 라고 이야기를 했답니다. 아, 정말 머리밑 보이는거 싫어하는 사람인거 알기에 많이 미안했답니다. 




↗ 실수가 아닌척, 멋인척 해보려고 오른쪽 같은 자리에도 똑같이 밀어봤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하게 보였답니다. 꼭 브로콜리 같잖아요.....  




↗ 그리고 결국 밀린 길이로 뒤를 싹 밀었답니다. [ 1주에서 2주면 머리카락 조금씩 길어서 금방 덮일거야... ] 라는 말로 신랑을 위로했지요. 그래도 그나마 정말 다행인건 뒤쪽만 실수를 해서 앞 모습은 멀쩡하다는 겁니다. 당장 다음 날이 파티였는데 신랑은 [ 나 파티 안가 ] 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잠이 들었답니다. 그래도 저를 죽이지 않고 살려주셨고 나중에는 오히려 오들오들 떨고 있는 제가 안쓰러웠는지 오히려 토닥여준 신랑에게 참 많이 고맙습니다. 신랑의 그런 모습에 마음이 한층 안정이 되었고 저는 [ 나 다신 당신 머리 안 자르고 싶어. 이제 그냥 미용실 가자. 당하는 당신도 당신이지만 잘라야만 하는 나도 엄청 스트레스 받아 ] 라고 이야기를 했답니다. 그랬더니 신랑은 [ 미용실 안갈거야. 당신이 계속 잘라줘. 계속 해봐야 늘지~ ] 라고 이야기 합니다. 아, 1개월 후가 두렵습니다. 또 어떻게 해야할까요? 하하, 저희 사는거 너무 웃긴거 같습니다. 아마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이 저렇게 시원하게 밀리고 난 다음 신랑이 더 추위를 타고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쑥덕 밀려나갔더니 아무래도 한기가 더 크게 느껴지나봐요. 오늘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유리창을 통해 아주 강한 햇볕이 들었답니다. 그래도 저는 뜨거운줄 모르겠던데 신랑은 아주 뜨거워서 견디기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그 이유를 보니 신랑의 뒷덜미에는 목과 머리를 지켜줄 머리카락이 없어서... 저는 머리카락이 길어서 보호가 잘 되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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