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도로를 지날 때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도로가에 있는 주차라인에 많은 차들이 주차가 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차에 낙서를 한듯 금액과 연락처 등 갖가지 정보들이 적혀있지요. 바로 중고차량 개인거래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길 가에 세워두고 차를 거래하지는 않잖아요? 처음에는 [ 여보, 차에 낙서가 많이 되어 있는데 애들이 장난친건가봐 ] 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자주 보게 되면서 자세히 보니 차를 판매하기 위해 정보를 적어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리카톤로드 같은 곳의 도로가에 정보를 적어둔 차를 세워두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차를 구경하게 되니까 홍보로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주차를 한 줄 알았는데 세워진 차들이 줄줄이 몇 십대가 다 개인이 세워둔 판매용 차량이라는 것을 알게되니 굉장히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니까요. 저도 달리는 차에서 찍느라 사진을 제대로 찍지는 못했는데, 몇개 그나마 흔들리지 않고 나온 사진을 공유합니다.
↗ 위의 차량은 $1,700에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현재 뉴질랜드의 환율로 따져봤을 때 한화로 약 1,190,000원입니다. NEW WOF라고 적힌걸 보니 WOF(warrant of fitness) 자동차 검사를 받은 차량인가봅니다. 뉴질랜드에서는 1년에 한번씩 모든 차량은 무조건 WOF 검사를 받아야만 합니다. 자동차에 기계적인 결함이 있는지 없는지, 타이어의 상태는 어떠한지, 안전벨트나 에어백이 작동하는지, 라이트에 불은 잘 들어오는 지 등 갖가지 안전검사를 합니다. 이 검사에 통과가 되어야만 차량을 운행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제 날짜에 이 검사를 받지 않는다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어쨌든 이 검사를 통과한 차량이라는 것이니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거군요. 굉장히 싸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CHEAP!(싸다!) 라고 적어놨습니다. 지나가다가 혹하시는 분들은 아마 잠시 내려서 차량을 구경하시겠죠. 마음에 들면 전화도 해볼거고요.
↗ 2001년식 BMW를 $7,500에 내놨습니다. 한화로 따지면 약 5,250,000원입니다. BMW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뉴질랜드에서는 일본 도요타나 혼다가 인기가 좋지 그 외의 외제차량은 딱히 인기가 없습니다. 한국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외제차를 구입할 수 있으니 원하신다면 뉴질랜드로 오시길 ^^
↗ $1,300에 판매하고 있는 혼다 차량이 보입니다. 한화로 약 910,000원입니다. 이 차는 그래도 뒤 쪽에 트레일러를 장착할 수 있는 토바(tow bar)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거 장착하는 비용이 꽤 든다고 했는데 일단 이게 달려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입니다. 뉴질랜드에서는 한국처럼 이삿짐센터 이런게 흔하지 않은데다가 택배나 배달 등의 비용이 굉장히 비싼 편입니다. 인건비가 매우 높기 때문인데 그래서 대부분의 집에서는 차량의 뒤 쪽에 토바를 장착한 뒤 트레일러를 연결해서 짐을 실어 나르는 편입니다. 놀러갈 때도 토바를 사용해서 캠핑트레일러를 연결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지요. 휴가철에 대부분의 가정이 캠핑카나 캠핑 트레일러를 사용하는 뉴질랜드에서는 토바가 굉장히 쓰임새가 좋은 효자입니다.
↗ $950에 내어 놓은 이 차는 과연 몇년식일까요? 한화로 약 665,000원에 내어놓은 차량인데, 솔직히 돈 값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 $2,200에 내 놓은 이 차량은 밴이라 멀쩡하기만 하다면 생각보다 쓰임새는 좋을 것 같긴 한데요. 한화로 대략 1,550,000원입니다. 대부분의 차량이 굉장히 싸게 나와 있는 편인데 솔직히 년식도 너무 오래 되었고 상태가 안좋은 것들이 많아서 보통 제 값을 하는 편입니다.
↗ 저희 차는 얼마전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점프 스타트(Jump-start)로 시동을 걸었습니다. 유리창도 열리지 않고 불도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볼 때 아무래도 배터리가 죽은 것 같다고 생각이 되어서 아는 분께 도움을 구했었죠. 배터리를 충전하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렸는데, 체크를 해보니 배터리 년식이 5년이 넘었더라구요. 이렇게 오래된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상태도 안좋았던 거겠죠.
↗ 이렇게 된 김에 배터리를 갈자는 신랑의 말에 급하게 웨어하우스로 가서 배터리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점프 스타트 선도 구입을 했습니다. 다음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고, 저희 차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하나쯤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신랑의 판단이었습니다. 저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동의를 했었죠.
저희 차는 길 가에 세워진 중고차를 구입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고차를 구입을 해놓으니 잔 고장이 몇번 있었습니다. 한번은 달리는 중에 냉각수가 터져서 분수처럼 물이 솟구친 적도 있었었고 이번엔 배터리를 갈았죠. 시동이 힘없이 걸려서 신랑이 따로 부품들을 구입해서 정비를 한 적도 있습니다. 구입할 때 [ 중고니까 아마 고장이 나긴 하겠지? ] 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그래도 WOF검사를 통과한 차량이라 솔직히 믿었던 구석도 있었는데 말이죠. 하나 둘씩 갈기 시작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저희차는 어느샌가 새 차가 되어 있을 것만 같습니다. 뉴질랜드에 와서 신랑은 손재주가 좋은 팔방미인이 되었습니다. 상황이 사람을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한국에 있었으면 모든 것을 다 정비소에 맡겼을텐데, 여긴 인건비가 너무 비싸니까 신랑이 돈이 아까워서 직접 움직입니다. 솔직히 이런 신랑의 모습을 볼 때 저는 참 든든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신랑의 손에 마법사의 지팡이가 쥐어진 것처럼 굉장히 멋지게 느껴졌어요. 하나씩 뚝딱거리면서 일을 해결할 때마다 행복함을 느낍니다. 여튼 그래도 많은 곳에 손길이 닿았으니 좀 더 안전하고 오래 탈 수 있는 저희 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 재미난 장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내가 팔고 싶은 중고 차가 있으면 어떤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길가에 세워둔 채로 팔면 되고(경찰의 간섭 없습니다), 내가 팔고 싶은 중고 물건들이 있다면 내 게라지(차고)에 장을 진열한 뒤 판매를 하면 됩니다. 길가에 게라지 세일을 한다고 적어두면 손님들은 알아서들 찾아옵니다. 이렇게 자유롭고 간단한 방법으로 물건을 내다 팔고 또 구입하는 이 사람들의 문화가 참 신기합니다. 한국이라면 많이 달랐겠죠. 뭐, 솔직히 한국은 너무 잘 되어 있으니까 아마 이런 방법으로 할 필요가 없는거죠. 한국의 중고차 시장은 너무 잘 되어 있지요. 아마 저 길거리에 파는 차들은 한국이었다면 모두 폐차장으로 직행할 수 밖에 없는 차들일겁니다. 너무 노후되어서 말입니다.
여긴 새차를 구입하기 보다는 고쳐 쓰고 다시 쓰고 또 고쳐 쓰는 문화라서 한국과는 조금 많이 다르죠. 새 것을 구입하는 한국이 잘못된 것도, 고쳐만 쓰는 뉴질랜드가 이상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한국이 뉴질랜드의 문화를 배울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어떤 부분에서는 뉴질랜드가 한국을 좀 배웠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아직 충분히 쓸 수 있는 것인데 새 것이 좋아서 과소비를 하는 모습을 볼 때는 한국이 뉴질랜드를 배웠으면 하고, 심각할 만큼 더럽고 보기 안좋은데 구질구질하게 쓰는 키위의 모습을 볼 때는 제발 좀 버리고 새 것을 구입하는 한국의 모습을 배웠으면 좋겠다 싶습니다.(물론 한국에도 저희 엄마를 보면 두고두고 아껴쓰고 다시 쓰고 고쳐 쓰십니다. 저같은 사람이 새 것을 사쓰죠^^;; 구멍난 옷을 입는 것이 그렇게 보기 싫었습니다. 키위들은 구멍이 난 옷도 오래 입습니다) 이래저래 중간이 좋은거 같네요. 여튼 저희 차가 건강하길 기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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