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로 이사를 오고 난 뒤부터 제가 아주 작은 텃밭을 가꾸는 농부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종종 텃밭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썼었는데, 아마 아시는 분들도 꽤 있으실 겁니다. 몇 평 안되는 저의 작은 텃밭에서 자란 깻잎을 첫 수확 하게 되었고 드디어 깻잎 장아찌를 담게 되었습니다. 깻잎 김치라고 부르시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두가지 이름으로 자유롭게 불리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대부분의 야채는 사서 먹었는데 가끔 엄마가 친정에서 야채를 키워서 뜯어오시면 [ 에휴, 야채 값 얼마 하지도 않는데.. 이 많은걸 들고 지하철 타고 오셨나, 골병들어~ ! ] 라고 말하며 손사레를 쳤었는데, 여기 와보니 야채 값이 너무 비싸서 엄마 생각이 종종 납니다. [ 아, 한국에서는 엄마가 늘 챙겨주셨었는데.. ] 엄마는 아빠가 살아계실 때까지 농부로 일하셨는데 갖가지 많은 농작물을 대량으로 농사를 지으셨었죠. 어릴 적부터 선택지 없이 농사일을 많이 도왔기에 다신 그 고생 안하겠노라 다짐을 했었지만 지금은 수확하는 기쁨에 신이 나서 자원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물론, 농사라고 하기엔 정말 너무 작은 규모라 부끄러울 정도지만 말입니다. 오늘 수확한 깻잎으로 깻잎 장아찌를 만들어 봤습니다.
▲ 한동안 귀차니즘에 시달리기도 했고 연달아 비도 많이 내려서 텃밭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날이 좋은 날에는 놀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죠. 그렇게 오늘 텃밭에 가보니 엄청난 양의 잡초가 무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나의 채소가 자라지 못하도록 모든 영양분을 다 뺏어 먹고 있었겠죠. 불같은 마음으로 잡초를 모두 제거했습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굉장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했기에 저는 아주 즐거웠습니다.
다만, 다 끝내고 나니 손톱 밑에 흙이 가득했고 제 허리가 좀 많이 아팠습니다. 씻어도 빠지지 않는 이 흙.. 새까맣게 때가 낀 듯한 모습이 약간 애매합니다. [ 이거 좀 추잡아 보이는데.. 손 어쩌지? 아침에 머리 감을 때 샴푸하면서 이거 좀 빠지려나? ] 라는 생각을 하며 일단 글을 쓰고 있습니다. 텃밭을 정리하고 나니 너무 힘들어서 치우는 것은 신랑 몫으로 돌렸습니다.
▲ 저의 가든에는 꽃보다는 야채가 더 많습니다. 잡초를 대부분 제거하고 나니 그래도 보기가 좋습니다. 조금 전까지는 잡초인지, 야채인지 구분이 어려울만큼 잡초가 가득했답니다. 얼마전에 심었던 쥬키니 씨앗이 벌써 이만큼 자랐습니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올텐데, 더 추워지기전에 빨리 쥬키니 호박을 보고 싶습니다. 다 클 때까지 기다리지는 못할 것 같고 엄지손가락만큼만 자라줘도 감사함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오늘의 주인공인 깻잎인데 어느새 꽃이 피고 씨가 맺혔습니다. 저기서 씨가 후두둑 떨어질 때 그냥 두면 내년에 자연스럽게 또 깻잎이 자란다고 하는군요. 올해는 심는다고 고생을 했었는데 내년에는 그저 물만 주면 먹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아주 든든해요.
▲ 적상추는 하도 많이 뜯어먹어서 이제 끝물을 달리고 있는데, 때마침 적절하게 다른 상추가 폭풍성장을 했습니다. 이 놈들은 파킨세이브에서 씨앗을 구입해서 심었던 뉴질랜드의 상추인데 요며칠 비가 오는 동안 가든에 나가보지를 않았는데 오랜만에 나와보니 이렇게 풍성하게 자랐습니다. 파릇파릇하고 굉장히 신선한 것이 샐러드로 먹어도 아주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직은 조금 어린듯 보였고 다음 주 쯤에 다 뜯어먹으려고 합니다.
오른쪽의 힘없이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씨앗을 심은 차이브(Chives)입니다. 사전 검색으로는 쪽파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이 곳에서는 허브로 분류합니다. 한국에서 다양하게 쓰임받는 파처럼 유럽이나 뉴질랜드에서는 사랑받는 식물이죠. 파스타 위에 솔솔 뿌려 먹기도 하고 갖가지 음식마다 장식으로 잘 올라가는 식물이랍니다. 꼭 키워보고 싶어서 씨를 뿌렸는데 생각보다 잘 자라줘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도 여름이 아니라 쑥쑥 자라지는 않는 것 같네요.
▲ 어느새 파 꽃이 이렇게 뽕실하게 피어올랐습니다. 이게 아마 활짝 핀 모습이겠지요? 어서 까맣게 씨가 맺히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이미 맺힌건데 색이 하얀건지, 아직 맺히지 않은건지는 제가 알지 못합니다^^;; 여튼 기다리면 검은색 씨앗이 보일 것이라고 했으니 기다려 봅니다. 오른쪽에는 새로 심은 파와 한번 잘라 먹었는데 조금 자라나온 실파가 보입니다. [ 어서 자라거라! ] 생각보다 파 소비량이 많아서 파는 늘 아슬아슬합니다.
▲ 볼 가득히 수확한 상추와 깻잎을 따고 인증샷을 찍어봤습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저의 농작물, 신선해 보이나요?
재료 : 깻잎 120장, 양파 1개, 진간장 10큰술, 액젓 3큰술, 물 6큰술, 물엿 2큰술, 고춧가루 5큰술, 다진 마늘 2큰술, 매운 고추 3개, 당근 반개, 깨소금
저는 당근과 깨소금이 다 떨어져서 생략하고 만들었지만, 여러분들은 당근과 깨소금 꼭 준비하셔서 함께 넣어주세요. 고명으로 깻잎 위에 양파만 들어가는 것보다 당근이 들어가면 색감도 좋고 맛도 좋아요. 깨소금은 깻잎 김치의 고소한 향을 책임져주니 꼭 넣는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물엿이 없다면 올리고당이나 설탕으로 대신하셔도 됩니다. 조금 더 달콤하고 짭조름한 단짠 깻잎 김치를 원하신다면 물, 간장, 물엿 등의 양을 조금 조절하시면 될 것 같네요. 저는 살짝 매콤한 맛이 좋아서 매운고추를 많이 넣었는데 만약 아이들과 함께 먹을거라면 매운 고추 빼는게 좋을 것 같아요. 매운고추는 단연 청양고추 사용하시는게 좋습니다.
▲ 깻잎은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준비하고 고추는 다져서 준비해주세요. 뉴질랜드에서는 청양고추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서 매운 타이고추를 사용했습니다. 파는 송송 썰어주시고 양파와 당근은 가늘게 채 썰어 주세요.
▲ 미리 준비한 양념재료를 모두 섞어준 다음 파를 넣어서 섞어줬습니다. 당근과 양파를 이 때 넣으셔도 됩니다.
▲ 저는 큰 통이 없어서 작은 통을 두개 사용을 했어요. 깻잎은 물기를 최대한 털어준 뒤 꼭지를 조금만 잘라주세요. 나중에 먹기 편하려면 저처럼 꼭지를 조금 남겨두시는게 좋아요. 이제 통에 깻잎을 넣어줄텐데 깻잎은 한번에 3~5장까지 한번에 넣어도 괜찮아요.
▲ 깻잎 서너장을 놓고 양념을 바른 다음 그 위에 얇게 썰어준 양파를 올렸습니다. 양파와 당근은 양념에 미리 섞어도 상관없습니다. 이제 다시 깻잎을 차곡 차곡 위로 올려주면 됩니다. 이렇게 넣다보면 꼭지쪽이 조금 높아지기 마련인데 이때 오른쪽 하단의 사진처럼 깻잎을 반대로 돌려서 쌓아주세요. 그러면 높이가 어느정도 맞아집니다.
▲ 차곡 차곡 잘 쌓아서 양념을 발라준 깻잎이에요. 오른쪽 하단의 사진을 보시면 깻잎의 꼭지가 양쪽에 다 있지요? 교차하면서 넣어서 저런 모양이 나왔죠.
▲ 혹시나 양념이 모자랄까봐 아껴가며 넣었더니 2스푼 정도가 남았어요. 한 스푼씩 떠서 깻잎 위에 듬뿍 올려줬습니다. 한시간 뒤가 저녁식사 시간이라 오늘 바로 먹기는 애매할 것 같고,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내일 먹어야겠습니다.
▲ 두 통으로 완성이 된 깻잎 장아찌(깻잎 김치)와 함께 수확한 상추를 통에 담에 냉장고로 넣어줬습니다. 상추는 쓰임새가 아주 좋습니다. 삼겹살을 자주 먹는건 아니지만, 가끔 먹을 때 쌈으로도 좋고 매일 싸가는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절대 빠질 수 없는 귀한 재료이기도 하고 스테이크나 파스타를 먹을 때는 소스를 뿌려 샐러드로 먹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저희 집에서는 없으면 안되는 아주 소중한 재료입니다. 이걸 다 사먹어야하는 겨울이 온다면 정말 슬플 것 같습니다.
▲ 저녁으로 얼큰한 돼지김치찌개를 끓이고 치즈 소세지와 콘을 좀 구웠습니다.
▲ 좀 전에 텃밭에서 수확했던 깻잎, 파, 실파를 조금 덜어서 전을 구워봤습니다. 양념장을 만들어서 찍어 먹으니 정말 향긋하고 맛있습니다. 야채 외에 그 어떤 재료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답니다. 고기나 오징어가 들어가면 야채의 향을 느끼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야채만 넣어서 먹으면 정말 향이 좋아서 자꾸만 먹게 됩니다. 오늘 저녁도 맛있게 잘 먹었고 깻잎 장아찌도 만들고 텃밭도 가꿨으니 정말 뿌듯하고 보람찬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어학원 숙제인데 주제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여행'에 대해서 쓰는 것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은 현재진행형인 뉴질랜드이지만, 그래도 일단 선택한 것은 몰디브로 떠났던 신혼여행입니다. 이제 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저는 Writing을 해야겠습니다. 한국은 지금 저녁 7시 35분인가요? 이 곳은 밤 11시 35분입니다. 12시 안에 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글을 써봐야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저녁이 되길 바랍니다.
카카오채널로 타뇨와 소통해요! ←클릭!
'타뇨의 주방 > 타뇨의 레시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코노미야키 맛있게 만드는 방법, 일본인 친구에게 배웠어요. (2) | 2017.03.25 |
---|---|
가지볶음 만드는법, 소고기를 넣어도 맛있어요! (0) | 2017.03.11 |
크림파스타 만들기, 남은 생크림으로 간단하게 (2) | 2017.03.01 |
식빵피자 만들기, 5분이면 완성하는 피자토스트 (0) | 2017.03.01 |
파스타 만들기, 한국인이 사랑하는 토마토 스파게티 (3) | 2017.02.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