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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뇨의 주방/타뇨의 레시피

뉴질랜드산 알타리로 '알타리김치 담그기'

by Joy_Tanyo_Kim 2017.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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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와서 가장 큰 걱정은 반찬걱정입니다. 누군가는 [ 그게 걱정거리가 되니? ]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늘 밥상을 차리는 주부에게 반찬걱정은 매일 해도 줄지 않는 평생 안고가는 걱정거리입니다. 반찬 중에 냉장고에 떨어지면 안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김치'입니다. 한국인이 어떻게 김치 없이 살 수 있나요? 한국에서는 한번도 김치 걱정을 한적이 없었는데, 뉴질랜드에 오니 김치를 어떻게 구할지 막막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늘 차고 넘치게 김치를 주시는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덕분에 제 냉장고는 언제나 김치가 넘쳐났었는데, 여기 오니 그런 호사를 누릴 수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김장철이 지났으니 모두들 냉장고가 꽉 찼겠죠? [ 여보, 김치 사먹을까? 아니면 엄마한테 김치 보내달라고 해볼까? ] 라고 신랑에게 이야기도 해봤지만, 솔직히 사먹는건 맛도 없고 엄마 김치는 받으려면 배송비가 너무 비싸 감당이 안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막막하지만 직접 담아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배추김치와 알타리김치를 담으려고 했는데, 코스코(한인마트)에 배추가 다 떨어져서 알타리를 먼저 구입했답니다. 이 알타리를 가지고 오늘 알타리 김치를 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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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줄을 모르니 일단 엄마에게 연락해서 레시피를 받았습니다. 뭐가 필요한지, 얼마나 들어가야하는지 꼼꼼하게 물었는데 재료는 확실하게 알려주시는 엄마가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물음에서 시큰둥합니다. [ 평생 감으로 만들어왔는데 손짐작, 눈짐작으로 딱 넣으면 딱 간이 맞고 그랬는데 그걸 어떻게 아니? ] 하긴 제가 여태 봐온 엄마의 모습이 그랬습니다. 늘 재료의 양에 따라 눈짐작으로 손이 느끼는대로 요리를 하셨거든요. 그래도 그 간이 얼마나 딱딱 맞아들어가는지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요리할 때 계량컵에 계량을 하고 저울에 무게를 달지만 엄마세대만 해도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지 않은 주부들의 경우에는 손맛으로 음식을 했지요. 그래도 엄마들의 그 맛은 어떤 쉐프보다 뛰어나며 어떤 맛집보다 맛있습니다. 진정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사는 이 땅의 엄마들인 것 같습니다. 여튼, 감을 못잡은 저는 중간중간에 맛을 봐가면서 엄마와 영상통화를 해가면서 김치를 담게 되었습니다. [ 엄마, 고마워요! ] 




↗ 농장에서 주문해서 구입한 알타리 3kg입니다. 가격은 $20입니다. 뉴질랜드에서도 알타리 농사를 짓는지 몰랐는데, 있긴 있더라구요. 




↗ 요 알타리 녀석이 생각보다 많이 꼬질꼬질합니다. 흙도 제거하고 때도 벗겨내고 잔뿌리도 제거를 해야 합니다. 우리 신랑이 먹을건데 깨끗하게 해야죠. 




↗ 저는 퐁퐁이 닿지 않은 수세미로 살짝 문질러 더러운 곳을 세척했습니다. 집에 안쓰는 칫솔이 있다면 가장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습니다. 너무 세게 문지르면 맛있는 알타리의 껍질이 벗겨질 수 있으니 조심조심 문질러 주세요. 




↗ 어때요, 굉장히 깨끗해졌지요? 




↗ 목욕재계한 알타리들의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오동통한 것이 먹음직스럽네요. 




↗ 아직 살림살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큰 볼이 없는 관계로 나눠 담아 소금에 절였습니다. 물 3리터에 천일염 다섯 줌을 넣어줬습니다. 소금물 간을 보니 짭짤~ 합니다. 김장김치처럼 오래 두고 드실거면 소금에 절이는 시간도 길어지지만 저는 바로 먹을 거라서 열무가 숨이 죽을 정도로만 절였습니다. 굵은 알타리는 반으로 잘라줬고, 한입으로 베어 먹을 수 있는 크기의 알타리는 그냥 뒀습니다. 알타리는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좋아야하니까요. 



↗ 이제 밀가루풀을 만들어줍니다. 물 500ml에 밀가루 4스푼을 넣어서 끓여줍니다. 이 때 거품기로 잘 섞어줍니다. 쌀가루로 하기도 하지만 밀가루로 하는게 더 맛있다는 엄마의 레시피에 따라^^ 




↗ 끈적끈적, 아주 걸죽하게 완성이 된 밀가루 풀죽입니다. 여기에 고춧가루, 액젓 등을 넣어 양념을 만들어줄겁니다. 정말 순식간에 걸죽해지니 조심! 




↗ 이제 생강을 준비합니다. 생강을 깔때는 필러도 필요없고 숟가락이 최고입니다. 




↗ 브라운 핸드블랜더의 미니 푸드프로세서에 넣어준 뒤 싹 갈아줬습니다. 생강은 손바닥 만한 걸로 2개를 넣었습니다. 




↗ 풀죽에 생강, 다진마늘 250g, 고춧가루 650g, 액젓 250g을 넣어준 뒤 섞어줍니다. 

 



↗ 물이 부족한지 너무 뻑뻑해서 저는 알타리를 절인 소금물을 조금 떠서 더 넣었습니다. 너무 뻑뻑하다 싶으면 기호에 따라 넣으시면 됩니다. 




↗ 다 섞었으면 물엿 400g, MSG 조금을 넣어줍니다. MSG(미원)은 안넣어도 괜찮지만 넣으면 깔끔한 맛이 있다고 하셔서 저도 넣었습니다. 저는 미원, 다시다, 라면스프 같은 느낌의 조미료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과하면 속도 아리고 별로지만, 적당한 양으로 조금씩 가미하는 건 좋아합니다. 물엿이 없으면 설탕이나 삼성당으로 단 맛을 대신할 수 있지만 물엿을 넣어야만 반지르르한 윤기가 납니다. 적당히 부드럽고 뻑뻑하게 양념이 완성되었습니다. 양념의 간을 중간 중간에 봐줬는데, 저는 중간에 조금 심심하다 싶어서 소금을 약간 더 넣어줬습니다. 알타리에서 물이 나오면 조금 싱거워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요건 개인의 취향에 맡기면 되겠습니다. 




↗ 적당한 사이즈의 오븐팬과 식힘망이 있어서 그 위에 알타리를 얹어 물을 잘 뺐습니다. 



뉴질랜드알타리



↗ 이제 버무려볼까요? 소금물에 오래 절이지 않았기 때문에 알타리 속까지 꼼꼼하게 간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양념을 조금 넉넉하게 발라서 넣어두면 맛이 들면서 간이 맞아진다고 합니다. 



알타리김치 뉴질랜드워홀러



↗ 양념 굉장히 듬뿍 발랐죠? 영상통화를 걸어 엄마에게 완성했다고 보여드렸더니 [ 맛은 괜찮아? 아유, 양념 많이도 발랐네~ 이제 다컸다? 김치도 담고 ] 라고 말씀하십니다. 엄마가 뿌듯해하시는 것처럼 저도 괜히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엄마한테 많이 미안했고, 많이 감사했습니다. 알타리 고작 3kg인데, 저거 세척하고 준비한다고 손목이랑 허리가 얼마나 아팠는지 모릅니다. 이 힘들고 번거로운 일을 엄마는 오직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을 해오셨으니까요. [ 엄마, 나 알타리 먹고 싶어 ] 라고 말하면 당장 그날 저녁에는 알타리가 밥상에 뚝딱 올라왔었고 [ 엄마, 나 겉절이 먹고 싶어. 금방 담은 김치! ] 그러면 그날 저녁엔 수육과 함께 겉절이가 올라왔습니다. 저는 그렇게 엄마는 뚝딱 만드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늘 받기만 했던 기억에 참 죄송했답니다. 




↗ 며칠 뒤에 배추가 재입고 되면 배추김치를 또 담아야 하므로 처음부터 양념을 넉넉하게 준비했습니다. 배추김치용 양념을 한통 따로 보관했고, 나머지 양념은 조금씩 소분해서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에 얼렸습니다. 



김치양념소분


↗ 남은 양념을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은 모습입니다. 고춧가루, 마늘, 생강, 물엿, 액젓이 듬뿍 들어간 이 양념은 이래뵈도 '만능양념장'입니다. 엄마도 김치를 담으실 때마다 일부러 양념을 많이 하셔서 냉동실에 얼려두시고 이렇게 사용하셨었는데, 여러가지 음식에 기본 양념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맛있었던건 순대볶음과 돼지껍데기볶음입니다. 거기에 이 양념을 넣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어른들 술안주에도 아주 제격일걸요? 아, 고단했던 하루가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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