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해산물 전문점에 들러 오징어를 5마리를 구입했었어요. 뉴질랜드에서는 마른 오징어를 먹는 문화가 아니라서 모두 수입제품이다보니 워낙 비싼 편이에요. 너무 먹고 싶어서 한국에 있는 언니에게 마른 오징어를 택배로 보내달라고 부탁 하려다가 [ 아, 직접 만들면 더 싸지 않을까? ] 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 만들어 보게 되었어요.
뉴질랜드는 섬이니 어차피 해풍이 불어오기도 하고 공기도 워낙 좋으니 밖에 널어 말려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요즘 뉴질랜드는 겨울이라 워낙 춥고 비가 잦아서 건조기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지난 박싱데이(12월 26일, 1년 중 가장 큰 세일하는 날)에 저렴하게 구입했던 건조기가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되었죠.
꾸덕꾸덕 맛있게 마른 반건조 오징어, 피데기
뉴질랜드 사람들도 오징어를 먹습니다. 하지만 먹는 방법이 정해져 있답니다. 한국에서는 말려서 먹거나 구워 먹기도 하고 국에 넣어서 먹거나 볶아 먹기도 하고 반찬으로 만들기도 하고 튀겨먹기도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갖가지 해산물(조개, 새우, 홍합 등)과 섞어 파스타에 넣어 먹거나 간단하게 볶아 먹거나 튀겨 먹어요. 키위 친구에게 [ 왜 구워 먹지는 않는거야? 정말 맛있는데 ] 라고 물어보니 [ 음, 그냥 좀 이상하잖아? 그냥 이상할 것 같아 ] 이렇게 말하더군요. 개인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기 문화가 그런가봐요. 제 입에는 마른 오징어 구워 먹는게 제일 맛있는데 다르더라고요.
초등학생 때 뉴질랜드에 이민와서 지금은 시민권자가 된 친구에게 재밌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처음 이민 왔을 적에 집에서 마른 오징어를 구워 먹었는데 갑자기 경찰이 찾아와서 [ 시체 타는 냄새가 난다고 이웃에서 신고가 들어왔으니 수색 좀 하겠다 ] 라고 했대요^^;; 그만큼 마른 오징어 굽는 냄새가 여기 사람들에게는 참 충격적이었나 봅니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 아마 그런 신고를 당하는 일은 없겠지요.
▲ 오징어는 생물을 구입했어요. 얼린 것이 있었다면 오징어 손질이 훨씬 쉬웠을 것 같은데 말이죠. 물컹물컹한 오징어의 내장과 눈, 입을 분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정말 비위 상하고 어려운 일이었어요. 다음에 또 손질할 일이 있다면 꼭 얼렸다가 사용해야겠어요 ^^;;
사진에 보면 오징어 다리 빨판에 좀 흉측하게 생긴 이빨같은게 보였는데요. 오징어가 워낙 큰 오징어라서 더 도드라지게 저런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모든 빨판에 저게 다 있어서 하나하나 손으로 다 빼줬어요.
▲ 한국에서 봤던 오징어에서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모양의 다리에요 ^^;; 저런 모양의 오징어 다리 본 적 있으신가요? 손질하면서 여러모로 좀 신기했어요.
▲ 손질을 깔끔하게 마친 오징어는 차가운 물에 몇 번이나 헹궈줬어요.
▲ 제가 사용한 건조기는 호주의 전자제품 브랜드 '썬빔'에서 나온 제품이었어요. 크기로 보면 리큅 6단 건조기와 비슷한 것 같았어요.
▲ 책자에도 사용법은 나와 있지만 워낙 직관적인 모양새라 사용은 정말 쉬웠어요. 그리고 건조기는 브랜드가 달라도 작동되는 기본 원리가 같기 때문에 같은 온도, 같은 시간으로 사용하시면 된답니다. 저랑 다른 브랜드 사용하시더라도 똑같이 하시면 될 것 같아요. 큰 차이는 없습니다.
▲ 건조 트레이가 총 6개 있었고 그 위에 올려서 사용가능한 촘촘한 구멍의 트레이가 하나 더 있었어요.
▲ 이건 건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스러기나 물기로 인해 건조기가 오염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트레이에요.
▲ 층층이 하나씩 끼워줬어요.
▲ 오징어 머리 부분도 참 맛있지만, 입이 좀 더 맛있는 것 같아요. 뾰족한 뼈 부분은 모두 발라내고 속살만 쏙~
▲ 총 4칸을 채웠어요.
▲ 문은 이렇게 아래위로 닫을 수 있고 아예 분리가 가능해요.
▲ 70도에 4시간동안 돌려줬어요. 오늘 저는 반건조 오징어, 피데기를 만들거에요. 만약 완전히 말린 오징어를 만드시려면 시간을 적어도 두배로 늘려야해요.
▲ 4시간이 지나고 오징어를 꺼내보니 보기에 꾸덕꾸덕해진 것이 티가 나더라고요. 근데 정말 냄새는 끝장입니다. 온 집에 오징어 냄새가 너무 심해서 한 며칠 고생했어요 ^^;;
▲ 오징어 다리는 딱 제가 원하는 정도로 잘 말랐어요.
▲ 헌데 오징어가 너무 큰 것이라 그런지 몸통은 완벽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1시간을 더 돌려줬습니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보통의 오징어를 사용하실 경우에는 70도에 4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제가 사용한 오징어는 거의 두배 크기였어요 ^^;;
▲ 한시간을 더 돌리고 드디어 완성이 된 피데기에요. 말랑말랑 꾸덕꾸덕한 느낌이 확 오나요?
▲ 몸통을 먼저 구워봤어요. 오랜만에 먹는 피데기라 설레는 마음이 참 컸답니다.
▲ 휴게소 맥반석 오징어처럼 굽고 싶었지만, 스킬 부족으로 많이 태웠습니다 ^^;; 많이 탄 부분은 가위로 잘라가며 먹었는데요. 와, 정말 맛있었어요.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 딱 나더라고요. 맛은 대 만족, 평소 해산물 별로 안좋아하는 신랑도 말린 오징어는 그래도 조금은 먹는 편인데요. 건조기로 말린 오징어는 맛있다고 더 잘 먹더라고요.
▲ 단점이 있다면 정말 냄새가 심각하다는 거에요. 게다가 크라이스트처치의 오징어 생물 물가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던 것도 제 실수였죠. 오징어 5마리가 NZ$30(23,000원)이었는데 건조기로 말리는 전기세를 생각한다면 결코 더 저렴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 차라리 한인마트에서 판매하는 마른 오징어를 사먹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맛은 정말 만족스러웠는데, 냄새가 참 그렇네요. 날이 좋아지면 언젠가 밖에 널어서 말려봐야겠어요. 양파 망에 씌워서 말리면 파리도 막을 수 있다고 하던데 그럼 큰 걱정은 없을 것 같더라고요.
건조기 가지고 계신데 마른 오징어, 반건조 오징어 좋아하신다면 한번 쯤 만들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오징어 생물이 저렴할 때도 있으니 시기를 봐서 한번.... ^^ 오징어 말리는 냄새에 민감하지 않으시다면 자주 말려서 먹어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더 위생적이고 소금에 절이지 않으니 덜 짜서 건강한 간식이 되는 것 같네요. 아이들 간식으로도 좋고 어른들 술안주로도 딱입니다. 마요네즈와 고추장 섞어서 찍어 먹으니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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