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본의아니게 뉴질랜드로 귀농한 김농부 타뇨입니다. 하하 요즘 정말 매일같이 텃밭 일구는 것에 시간과 정성을 쏟다보니 시간 가는줄 모르고 지내는 것 같습니다. 작년 12월 뉴질랜드에 왔을 때는 사실 적응하는 것도 힘들어서 농작물을 제대로 키워볼 여유도 없었는데요. 벌써 뉴질랜드 1년차 아줌마라고 올 봄에는 많은 것들을 심고 있습니다. 텃밭 농사를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고 그저 야채 값이 너무 비싸서 조금 더 저렴하게 먹고 살려고 심었습니다.
▲ 보라색의 예쁜 꽃이 핀 차이브(Chives)입니다. 사전 검색의 뜻으로는 부추, 쪽파라고 나오는데 한국의 것과는 아예 종자가 틀린 것 같습니다. 일단 잎 중앙에 구멍이 있는 것을 보면 생긴 것은 쪽파인데 파 향은 전혀 나지 않고 아주 낯설고도 연한 향이 납니다. 향이 연해서 어떤 음식에 넣어도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파전처럼 구워 먹은 적이 있는데, 파 고유의 달큰한 맛이 안나서 약간 아쉬웠어요. 파큰세이브에서 지난 가을 5월에 심었는데, 겨울에도 열심히 잘 살아주더니 지금은 폭풍성장을 하며 꽃까지 피웠습니다. 한번 싹 잘라 먹었는데 다시 이렇게 많이 자랐어요. 갖가지 뉴질랜드에서 심어본 농작물 중 이 녀석이 가장 수확이 좋은 것 같습니다. 요놈 튼튼해서 1년 365일 아주 거뜬하게 먹을 것 같아요.
▲ 어떤가요? 눈으로 보기에는 영락없는 쪽파지요?
▲ 모종을 심었던 부추가 많이 자랐습니다. 한번 잘라줘야 더 잘 자란다는 말에 몽땅 수확을 했습니다.
▲ 수확한 부추를 잘 다듬어서 추수감사 장식을 했답니다. 첫 수확이 참 감사했어요.
▲ 5일만에 자른 부추는 이렇게 많이 자랐습니다. 잘랐더니 정말 잘 자라는군요.
▲ 이 낯선 식물은 콩입니다. 콩을 한번도 키워본 적이 없는데, 질랜디아에서 일하는 친구가 모종을 줘서 한번 심어봤습니다. 어느 정도 자라니 꽃을 많이 피우고 있습니다. 하얀 꽃이 참 수수하고 곱네요.
▲ 콩이 자꾸만 위로 자라길래 고민을 하다가 무거운 돌에 끈을 묶어 담벼락에 묶어줬습니다. 돌이 무거우니 콩 줄기의 무게 정도는 잘 지탱해줄 것이라 믿으며 말이죠.
▲ 콩이 담벼락을 타고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을 하며 담벼락 아래의 자투리 땅에 심었는데, 담벼락이 미끄러운지 전혀 타고 올라가지를 못하고 그저 중앙에 있는 수국나무에 엉켜 힘들게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줄을 4개 만들어 줬는데, 잘 타고 올라갔으면 좋겠군요.
▲ 한 몇일 지나자 어느새 꽃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는 콩깍지가 자라고 있습니다. 콩이 튼실하게 맺히길!
▲ 콩을 심은 곳에 약간의 자리가 남아서 고추 모종도 함께 심었습니다. 왼쪽은 청양고추, 오른쪽은 아삭이고추입니다. 이렇게 좁게 심으면 안될 것 같긴 했지만, 일단 여기 심어놨어요. 옮길 자리를 조금 봐야할 것 같아요. 뉴질랜드에는 청양고추가 원래 없는데 중국과 한국 쪽에서 씨앗을 가지고 들어왔던 것 같아요. 불법이지만, 덕분에 저는 모종을.. get..
▲ 개당 $2.5에 구입한 호박과 오이모종도 심었어요. 뉴질랜드에서는 쥬키니 호박만 팔아서 아쉬웠는데, 이거 잘만 키우면 드디어 그립고 그립던 한국의 애호박을 먹을 수 있는거죠.
이 놈들이 아직은 어려서 이렇게 작지만, 더 잘 클 수 있도록 끈을 달라서 위로 올려줘야한다고 해요. 지붕에서 바닥까지 어떤 방법으로 줄을 달아야할지 조금 막막하긴 하지만, 일단 머리를 좀 굴려보고 있답니다.
▲ 그저께 놀러 갔던 집에 마늘이 풍성한 것을 보고 욕심에 마늘을 조금 심었습니다. 보관 중이던 통마늘 중에서 1쪽에 6g 이상 나가는 튼튼한 놈들로 골라냈어요. 먼저 물에 넣어 1시간 정도 불려줬습니다.
▲ 어릴적 엄마 아빠가 농사를 지으실 적에 흙에 마늘을 쏙쏙 꽂아 넣으시던 기억이 나서 그냥 쏙쏙 꽂았습니다.
▲ 초록색 라인 안에 촘촘하게 마늘을 심었답니다.
▲ 매일 물을 듬뿍 줬더니 몇일만에 이렇게 싹이 쑥쑥 올라왔습니다.
▲ 그리고 마늘을 심은지 10일이 지난 오늘 이렇게 많이 자랐답니다. 사실 마늘은 겨울에 심어야 하는데, 지금은 봄이기 때문에 마늘 알이 실하게 잘 맺힐 것 같지는 않고 그저 싹이 풍성하게 올라오면 싹으로 나물이나 무쳐먹으려고 합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나는 마늘 종자는 마늘종이 나지만, 뉴질랜드에서 나는 마늘은 마늘종이 없다고 하는군요. 올 겨울에는 중국 마늘을 사서 왕창 심어야겠어요. 마늘종이 진짜 맛있는데 말이죠.
▲ 깻잎은 큰 것과 작은 것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튼튼하게 잘 자라주고 있는 것 같네요. 올해도 깻잎은 풍년일 것 같습니다. 작년에도 필요한 분들께 깻잎 모종을 조금 나눴는데, 혹시나 올해도 필요하신 분들은 연락주세요. 쑥갓도 몇뿌리 있어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 현관문 옆에 작은 텃밭에서 키우고 있는 감자입니다. 사실 여긴 감자가 일년 내내 워낙 저렴한 편이라 감자를 심을 필요는 못느꼈는데, 그냥 알아서 나더라고요 ^^;; 아마 전 주인이 뿌려놓은 감자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감자 먹을 타이밍을 잘 잡아야할텐데 말입니다.
▲ 작은 모종을 심었던 적양배추가 꽤 자랐습니다. 알이 조금씩 차오르려고 잎들이 계속해서 모이고 있어요. 동글동글 속이 꽉찬 양배추가 되기까지 제가 잘 지켜보겠습니다. 이 놈도 처음 키워보는 것이라 확신은 없습니다만..
▲ 자리가 없어서 커다란 꽃나무와 꽃나무 사이에 심었는데, 오히려 꽃나무의 그늘이 복이 되어 상추가 더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네요. 유독 그늘지는 위치의 이 상추들만 더 잘자라더라고요. 뉴질랜드의 햇빛이 많이 강하긴 강한가봐요.
▲ 상추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약을 치지 않으니 벌레 먹어서 구멍난 곳도 꽤 있지만, 확실히 야들야들 맛있습니다.
▲ 씨앗을 뿌린 파가 벌써 이렇게 많이 자랐습니다. 파는 일년 내내 수시로 먹는 야채인데 가을겨울의 파값이 심각하게 비싼 편이라 내년 겨울에는 심어둔 파로 일년 내내 떨어지지 않게 먹어보자고 많이 심었습니다. 파를 먹는 속도를 맞추려면 얼마나 많은 파를 더 심어야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올 여름까지도 꾸준하게 더 심을 예정입니다.
뉴질랜드는 한국에 비하면 정말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며 일년 내내 그리 춥지도 않고 그리 덥지도 않은 곳이라 대부분의 농작물들은 굉장히 잘 되는 편입니다. 반면에 농작물의 가격은 정말 비싸지요. 아마 그 이유는 뉴질랜드의 국민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질랜드의 총 인구가 서울 인구보다 적으니 한국의 인구와 비교할 수도 없지요. 그렇다보니 인력은 늘 부족하고 인권비는 점점 더 오를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손이 가는 것이라면 모든 것이 비싼 편입니다.
어릴적 엄마 아빠가 진짜 농부로 계실 적에 옆에서 돕던 것만으로도 농사라면 신물이 났었는데, 그래서 다시는 농사에 손도 안대고 싶었는데.. 뉴질랜드에 와서 본의 아니게 귀농한 김농부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규모는 굉장히 작지만요. 그래도 지금은 행복합니다. 처음에는 밭 갈아 엎는 것 하나에도 몸살이 나서 골골 댔는데, 지금은 거뜬하게 잘 해낸답니다. 우리 식구 먹을 채소는 충분한 것 같아요. 하나하나 익숙해지면 다음에는 또 다른 농작물에 도전해보려고요. 지금은 제 손길에 자라나는 식물들을 바라보며 매일 하루하루가 기쁨입니다.
▲ 오전에 텃밭 정리를 마치고 저는 또 장을 보러 갑니다. 가까운 마트는 걸어다니려고 신랑에게 졸라서 구입한 쇼핑카트도 함께 챙겼답니다. 한국이라면 저런 카트 절대로 끌고 다니지 못했을 것 같은데, 뉴질랜드라서 가능합니다. 여기서는 제 나이에 쇼핑카트 끈다고 쪽팔린다고 생각할 사람 한명도 없거든요. 하하 저 놈이 진짜 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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