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과 한글날, 대체휴일까지 생겨서 길고 길었던 이번 추석연휴가 이제 오늘로 끝이 나는군요. 오늘 참 많은 분들이 연휴가 끝남에 아쉬운 마음이 크겠어요. 사실 저는 외국에서 살다보니 추석연휴 느낌이 하나도 나지 않았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한국은 추석, 이 곳은 그냥 보통날입니다. 한국에서는 시끌벅적한 명절인데 여긴 너무 조용해서 참 심심했답니다.
이 곳에서 만나 가깝게 지내는 한국인들은 모두 이 곳에서 태어나거나 오래 살아서 한국말이 어려운 청년들입니다. 여태 추석도 제대로 보내보지 못했다는 말에 [ 우리 그러면 이번에 추석 느낌나게 같이 전 굽고 놀자! ] 라고 꼬셨답니다. [ 전이 뭐에요? ] 라고 묻길래 사진을 보여주며 영어 이름으로 말을 해주니 [ 아~ 추석에 이런거 먹어본 적 없는데 ] 라고 말하며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 동생들과 함께 간단하게 장을 봐서 최소한의 전만 구워봤어요. 뉴질랜드는 명절도 국공일도 아닌 보통날이다보니 대부분의 동생들과 친구들은 출근을 하거나 학교에 갔어요. 그래서 딱 시간이 맞춰진 2명만 집으로 초대를 하게 되었죠.
▲ 제가 만들어 주면 사실 훨씬 편했겠지만 이 친구들이 전을 한번쯤 구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함께 만들게 되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구워보는 전이라고 하는데 재료를 준비해주고 방법을 알려주니 곧 잘 따라 만들더라고요. 동생들에게는 가장 쉽고 재밌는 산적꼬치전을 부탁했어요. 신랑은 직접 굽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감독을 잘 하더라고요.
▲ 파킨세이브에서 구입했던 씨앗을 심어서 수확했어요. 생긴건 부추같이 생겼지만 이래뵈도 파 종류랍니다. 잘 다듬어서 이 놈으로 해물파전을 구울거에요.
▲ 오징어 듬뿍 넣어서 전을 넉넉하게 굽고 소고기산적꼬치도 만들고 모듬완자전과 삼겹살도 구웠어요. 이렇게 넉넉하게 준비하니 잔치가 열리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 언니, 저 추석을 이렇게 추석같이 보내는거 처음이에요! ] 라고 이야기하는 동생들의 말에 저도 기분이 좋았죠. 내년 설에도 추석에도 또 이렇게 추석이 어색한 이 곳의 아이들에게 추석을 전하고 싶네요. 물론 먹거리로 전했지만 ^^;;
▲ 오후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가깝게 지내는 어른들을 찾아뵈었어요. 이 분들도 추석이라고 특별히 챙기지 않은지 오래되었는데 이렇게 한복을 입고 찾아주니 너무 반갑고 좋다고 하셨어요. 정말 오랜만에 추석같은 추석을 보낸다고 말씀하시는데 괜히 제 마음이 짠했어요. 명절마다 인사 꼭 하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한번 더 들었답니다. 자녀들이 모두 한국에 있어서 외로우실텐데 저희가 더 잘해야지 싶었어요.
▲ 결혼할 때 맞춘 한복, 벌써 2년이 되었네요. 집 앞 공원에서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핸드폰으로 대충 찍었지만 기념이될 것 같아요. 물론 결혼할 때보다 살이 10kg은 넘게 쪄버렸지만.. 한복의 힘으로 아주 약간은 커버가 되는 것 같네요. 뉴질랜드에서 맞이하는 첫번째 추석을 이렇게 추석답게 보냈답니다.
▲ 처음 이 곳에 올 때는 [ 뉴질랜드 가면 한복 자주 입어야지! 한국의 멋을 내가 알려야지 ] 라고 마음 먹었었는데, 생각보다 옷이 불편해서 자주 입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한국에 가면 생활한복을 좀 사야할 것 같아요. 이번 추석에는 색감도 자수도 너무 고운 한복 입고 크라이스트처치 시내를 막 활보했어요. 결혼 2년차 뉴질랜드 새댁은 한복이 너무 좋아요!
한국과 뉴질랜드의 시차는 4시간이에요. 추석 당일에는 시차를 계산해서 적당한 시간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엄마와 작은아빠, 언니와 오빠, 작은형님과 큰형님께 돌아가며 영상통화를 모두 걸어서 인사했답니다. 실제로 만나서 인사하지 못했지만 영상통화로라도 한복입고 인사를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모두들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어요. 내년에는 꼭 만나서 인사하고 싶네요.
글 보시는 분들도 모두들 추석 잘 보내셨나요? 내일부터 또 새롭게 시작되는 하루네요. 모두들 힘내시고 다가오는 10월의 중순을 신나게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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