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과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뉴질랜드의 무덤, 공동묘지에 대해서 사진을 몇 장 가지고 왔답니다. 저희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 곳은 성 베드로 성공회 교회(St Peter's Anglican Church)입니다. 오래된 건물인 이 곳은 지난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사실 빠른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으로서 5년이 넘도록 복구가 되지 않는 건물이나 도로에 대한 감정은 그저 답답할뿐이죠. 길 가에 있는 이 곳은 매번 슬쩍 보다가 이번에는 안으로 들어가봤답니다.
*성공회(The Anglican Domain)는 1534년 로마의 카톨릭에서 분리된 영국 국교회의 전통과 교리를 따르는 교회입니다. 성공회라는 이름은 '하나요, 거룩하고 공번되고 사도적인 교회'라는 신앙고백의 '성'과 '공'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뉴질랜드는 영국인들이 이주해와서 세운 나라이기 때문에 확실히 모든 면에서 영국을 볼 수 있습니다. 집의 모양, 인테리어 스타일, 패션, 음식의 종류, 정원 가꾸는 모양과 방법, 공원, 스포츠, 지역의 이름 등 모든 면에서 영국과 쌍둥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죠. 교회와 묘지의 느낌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제가 카톨릭 신자는 아니라서 자세한 것은 설명이 어렵지만 성공회도 신부님이 있는 성당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틀렸다면 댓글에 적어주세요^^
▲ 성 베드로 성공회 교회의 모습입니다. 교회의 왼쪽으로는 이미 많이 부서진 모습이라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습니다. 아주 오래된 고풍스러운 건물이 무너짐에 제 마음도 아프네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서 복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 교회 건물 바로 옆에는 묘지가 함께 있습니다. 특별한 경계도 없고 교회의 앞마당과 뒷마당에 자연스럽게 위치한 묘지의 모습입니다. 한국의 볼록한 산소가 가득한 묘지의 모습과는 느낌이 다르죠? 공동묘지 뒤쪽으로는 공원과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보입니다.
▲ 비석에 적힌 문구도 하나씩 읽어보고 하나하나 살펴 보다가 백합을 발견했답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묘였지만 이렇게 예쁜 백합장식이 들어간 것을 보며 나도 언젠가 죽으면 예쁜 꽃 모양의 비석을 세워달라고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열린 공동묘지였지만 왠지 마음은 숙연해지고 그저 지나갈 수가 없어서 속으로 기도도 살짝 했답니다. [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부디 평안하길, 후대가 더욱 강건하고 잘되길.. ]
▲ 가든처럼 꾸며진 공동묘지의 느낌은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죠. 한국에서는 아빠 산소에만 가도 산 중턱이라 왠지 무섭고 으슬으슬 했는데, 여긴 어째 분위기가 참 많이 다릅니다. 중간 중간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수 있도록 나무로 만들어진 벤치가 많이 있습니다.
▲ 교회의 앞마당을 나와서 뒷마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교회의 건물이 보이는데 왼쪽에 천막이 덮혀 있는 모습이 보이시나요? 왼쪽의 무덤 옆으로 펜스가 쳐져 있는데 저 쪽은 지금 건물이 무너진 공간입니다.
▲ 뒷마당으로 돌아가니 약간 더 빽빽하게 무덤이 있습니다. 바로 뒤로는 동네 도로와 가정집들이 보입니다. 주거지역의 한 중간에 있는 묘지가 그 누구에게도 기분 나쁜 공간이 아닙니다. 내 아버지, 어머니, 가족과 친지들이 잠든 곳이죠. 이 곳에는 관리인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묘지를 청소하고 관리합니다.
▲ 그래서 늘 묘비도 깨끗하고 쓰레기도 없지요. 사진이 작아서 잘 보일지 모르겠지만 모든 묘비 앞에는 꽃을 꽂을 수 있는 화병이 있습니다. 다만 화병은 위로 돌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묘비 안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묘비 앞에 하얀색으로 동그랗게 있는 것들이 보이는데요. 저기에 물을 넣을 수 있고 꽃을 꽂을 수 있답니다. 꽃과 정원의 나라인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꽃을 구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굉장히 쉬운 일이죠. 뒤쪽에 보이는 묘비 앞에는 꽃들이 꽤 많이 놓여 있습니다.
▲ 교회의 공동묘지 바로 앞에는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이 도로를 건너면 처치코너와 부시인몰입니다. 시내는 아니지만 이 동네의 번화가지요. 캔터베리 대학도 바로 앞이고 3분거리에 빌라마리아 학교도 있답니다.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 한국으로 치면 역세권에 살기 좋은 동네에 공동묘지가 있다면 여러분들은 어떨 것 같으세요? 만약에 한국이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어디 들어온다는 말만 나와도 아마 결사반대 시위가 났을 겁니다^^;; 그만큼 한국과 뉴질랜드의 묘지에 대한 생각과 개념은 다른 것 같습니다. 아마 문화의 차이겠죠?
▲ 저도 이 길을 자주 걷습니다. 이 길의 끝, 묘지가 끝나는 지점에 자주 가는 대형마트 카운트다운이 있거든요. 차로 가면 3분, 걸어서 10분거리입니다. 무거운 것을 살 때가 아니면 종종 걸어서 다니는 편입니다. 지나갈 때마다 보게되는 공동묘지는 오늘도 이 도심에서 자연스럽고 그저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정말 공원을 보는 것 같거든요^^;; 보다보면 괜히 돌아가신 아빠 생각도 나고요. [ 아빠 산소는 여전한가? 벌초는 잘 했나? ] 라는 생각도 들지요.
아빠 산소도 이렇게 예쁜 묘비를 세워드렸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부모보다 먼저 간 자식의 묘에는 묘비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묘비도 세우지 못했는데.. 언젠가 때가 되면 묘비를 세워 아빠의 일생에 대한 짧은 글을 적어 드리고 싶네요.
▲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해가 져서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하긴 이 때 시간이 벌써 밤 9시가 다 되어갈 때였답니다. 썸머타임이 시작된지 며칠이 지났는데 저녁에도 너무 환해서 종종 저녁 밥 차리는 시간을 놓친답니다. 너무 밝아서 아직 밥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거죠. 그러다가 [ 아차, 썸머타임이지! ] 라는 생각을 하며 후다닥 밥 준비를 합니다. 처음도 아닌데 어서 적응해야 할텐데 말이죠. 한여름이 되면 아마 날이 더 길어져 밤 10시까지 노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된답니다. 어서 여름이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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