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3명의 도시락을 준비한 뒤 씻고 어학원으로 갑니다. 집에서 나서는 순간부터 어학원에 도착하기까지 늘 보게되는 동네의 모습은 한결같은데 이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제 마음에 여유를 주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그림같은 작품 사진은 아니지만,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뉴질랜드 남섬의 가든시티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의 평범한 사진을 올려봅니다. 한국에서 살 때는 빌딩 숲에서 살았었는데 지금은 고층 건물을 보기 힘듭니다. 고개를 들었을 때 건물이 하늘을 가리는 일은 거의 없죠. 언제나 보고싶을 때 파란하늘을 방해없이 바라볼 수 있습니다. 왜, 가끔씩 진짜 이쁘다 싶은데 [ 응? 저거 진짜 안어울리네~ 저것만 없었으면 좋겠다. ] 이런 생각이 들 때 있잖아요. 그 때 내 생각대로 지우개로 그 것들을 지워버린 듯한 느낌.. 딱 그런 느낌이에요.
↗ 어학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요. 제가 다니는 CCEL은 캔터베리 대학교의 부설 어학원인데 교육대쪽에 함께 있답니다. 이 입구는 교육대로 통하는 길이기도 해요. 킨더가든(kindergarten), CCEL,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작은 규모의 부설 초중고등학교가 함께 있답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피부가 하얀 서양 아이들인데 키위인지,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아이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백인들은 모두 영어를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곳에 와보니 영어를 하지 못해서 배우러 오는 백인들이 아주 많아서 조금 놀랐었습니다.
↗ 집으로 가려고 길을 건넜습니다. 길을 건너면 작은 골목길이 나옵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서 구글이 안내하는 정식 길이 있지만 저는 이 숏컷(shortcut)을 이용합니다. 이 곳에서는 지름길을 숏컷이라고 합니다. 숏컷을 이용하면 적어도 4분~ 5분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답니다. 빙빙 둘러가는 길을 단칼에 가로질러 가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도 처음부터 이 길을 알았던 것은 아니었는데 [ 저긴 어디지? 저기로 가면 뭐 나올까? ] 라고 이야기하며 수시로 여러 골목을 다녀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 빨간 꽃이 피었습니다. 아직 봉우리가 열리지 않은 것을 보니 때가 아닌가 봅니다. 눈부신 햇살과 함께 보이는 빨간 꽃이 참 예쁩니다.
↗ 첫번째 숏컷을 지날 때 나무 계단과 작은 개울을 건너게 됩니다.
↗ 이 개울을 처음 건널 때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도시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었고 그저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꼭 놀러온 기분?
↗ 옆으로 바라본 작은 개울의 모습입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드는 이 개울에는 오리들이 참 많았습니다. 인도, 도로, 개울 가릴 것 없이 참 많은 오리와 고슴도치들이 산책을 합니다. 고슴도치들은 너무 작아 미처 보이지 않아서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비교적 눈에 잘 보이는 오리들은 차들이 언제든 기다려줍니다. 보통 오리들은 새끼들까지 일렬로 줄을 지어 지나가는데 가끔 횡당보도를 건너는 오리들도 있답니다. 오리들이 도로를 지나갈 때면 모든 차들은 일제히 멈추고 기쁨으로 그 시간을 기다려준답니다. 저도 바라보면서 너무 재밌고 귀엽고 흐뭇했답니다.
↗ 개울을 건너면 도로가 나옵니다. 나즈막한 주택들이 참 보기가 좋습니다.
↗ 두번째 숏컷입니다. 이 골목을 일주일에 총 10번을 지나가는데 오른쪽의 2층집이 늘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하에는 게라지가 있고 1층에는 정원이 있고 2층에는 집이 있는데 사진에 보이는 오른쪽 위쪽 통유리가 주방입니다. 엄마는 저기서 식사준비를 하면서 밖을 보겠죠. 밖으로 보이는 여유로운 일상의 모습이 참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 숏컷을 지나가면서 늘 느끼는 것은 [ 초록이 참 예쁘다 ] 라는 겁니다. 낡은 나무 벽을 넘어온 담쟁이와 이름 모를 수많은 식물이 잘 어우러져 이 길을 걷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쁨을 줍니다.
↗ 쓰레기를 수거하는 날이라 온 집 앞에 쓰레기통이 놓여있습니다. 뚜껑이 활짝 열린 것을 보니 쓰레기차가 이미 다녀간 것 같습니다.
↗ 가든시티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공간에 녹지가 있고 나무가 참 많습니다. 집과 집 사이에 이런 공간들이 수시로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땅이 넓기에 가능한거겠죠? 한국의 땅이 좁음에 속상함을 느꼈습니다. [ 한국도 이렇게 많은 녹지 가운데 살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쌩쌩 달리는 차도 없습니다. 달리는 차가 있더라도 언제나 보행자가 우선입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운전자에 대한 법은 강화되어 있지만 반대로 보행자에 대해서는 느슨했습니다. 운전자의 경우 주황불에 지나가면 보통 경찰에게 걸립니다. 경찰이 없었다면 운이 좋은거죠. 그리고 [ 왜 주황불인데 지나갔느냐? ] 라는 물음에 답을 해야하죠. 한국에서는 꼬리물기도 많이 하는 편인데 말이죠. 그렇지만 보행자들은 어디서든 길을 건널 수 있습니다. 횡단보도가 멀쩡히 있지만 다른 곳에서 막 건너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차가 오더라도 아슬해보이는 아주 약간의 거리만 떨어져도 보행자들은 불쑥불쑥 도로로 뛰어듭니다. 저희는 초반에 운전을 하면서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다들 아무렇지 않게 차를 세우고 건너길 기다려주는 모습에 저희도 적응을 하게 되었답니다.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다니기 참 좋은 곳이죠?
↗ 이제 이 길만 건너면 저희집으로 통하는 공원이 나옵니다.
↗ 플랫을 목적으로 지은 듯한 집도 있습니다. 여긴 구조상 적어도 5~ 6개의 침실이 있을겁니다. 이정도면 방세로 꽤 많은 수입을 올리겠죠?
↗ 여러 색상의 참 많은 집들이 있지만 녹색과 가장 잘어울리는건 역시 빨간벽돌인 것 같습니다.
↗ 깜찍한 쪽문이 보입니다. 귀여운 호빗이 튀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 모퉁이 집을 지나 공원으로 갑니다.
↗ 하늘이 참 파랗습니다. 공언으로 들어서는 길에는 일렬로 나란히 서있는 키 큰 나무들이 있습니다. 이 나무들은 뉴질랜드 남섬 어디를 가든 종종 볼 수가 있는데 바람이 너무 쎄서 바람을 막기 위해 일부러 심은 나무들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키가 큰 나무들이 부러지지 않고 흔들흔들 대며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이 참 신기했습니다. 워낙 큰 나무라 그런지 바람과 만나는 소리 또한 대단합니다. 듣는 소리만으로 이렇게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니요. 눈을 감고 들으면 꼭 바다에 온 것처럼 파도치는 소리로 들립니다.
↗ 동일한 나무를 조금 더 멀리서 찍어봤습니다. 제 키를 기준으로 어림 잡았을 때 적어도 14미터는 넘어 보입니다.
↗ 길 입구에 있는 이 것의 이름이 확실히 기억나질 않지만, 여튼 오토바이를 막기 위해 설치 되어 있습니다.
↗ 나무와 나무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공원이 나옵니다. 뭐, 딱히 공원이라고 하지 않으면 부를만한 이름이 없기에 공원이라고 하지만 이 곳은 경기장에 더 가깝습니다.
↗ 집에서 1분거리인 이곳은 저희의 기쁨입니다. 이 곳에서 종종 원반을 던지거나 운동을 합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여기서 크리켓 게임이 열립니다. 프로는 아니지만 정식 유니폼을 갖춘 팀의 경기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얗게 차려입은 선수들이 크리켓을 하는 모습이 참 재밌습니다. 저도 배워보고 싶고요.
↗ 집으로 가기 위해 다시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 뉴질랜드에 와서 조금 놀랐던 것은 전봇대가 나무라는 겁니다. [ 와, 저거 괜찮나? 안전할까? ] 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답니다. 이 곳에서는 굉장히 일반적인 모습이라 다들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저는 솔직히 조금 무서웠습니다. 굉장히 자연친화적이긴 하지만 [ 비 맞아서 썩으면 어쩌지? 부러지면 어떡해 ]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딱히 보기 싫지는 않았습니다. 시멘트 기둥보다는 더 친근감이 느껴지긴 했지요.
↗ 집에 갔다가 원반을 들고 다시 공원으로 나왔는데 어느새 먹구름이 살짝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섬이다보니 수시로 날씨가 바뀌는데 바람이 워낙 쎄서 구름의 이동속도도 장난아니게 빠릅니다. [ 비가 오려나? ] 여튼 아직 비가 오는 것은 아니라서 열심히 원반을 던지다가 들어갔답니다. 하루종일 발전된 도시의 모습을 바라봤을 여러분들에게 '가든시티'인 크라이스트처치의 동네 모습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부자들이 사는 동네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이 곳에서는 이 모습이 보통의 모습입니다. 한국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죠. 제가 살았던 대구만 해도 정말 잘사는 부자동네에 가도 고작 몇 블럭만 가든을 끼고 있었는데, 이 곳의 사람들의 삶이 조금 더 부러워진 것 같습니다. [ 언젠가 꼭 이런 집에 살았으면 좋겠다 ] 라는 생각이 들었죠. 신랑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 아유, 돈 진짜 많이 벌어야겠네? ] 라고 이야기하면서 웃었습니다. 지금은 가진 것이 없으니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우리의 삶에 꽃길이 가득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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