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후유증이 가장 심각했던 그 날이 바로 제 생일이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이 싫었던 그 날 저희 부부는 외식을 하려고 시티에 있는 리틀하이에 갔어요. 리틀하이는 한국의 푸드코드처럼 많은 음식점들이 한 건물에 모여 있는 곳인데 생각보다 분위기도 굉장히 좋고 맛도 좋아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아주 좋아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미역국을 먹고 싶었지만, 끓이는 것도 귀찮았고 판매하는 곳도 없어서 로컬 음식점으로 향했죠.
▲ 저는 리틀하이 안에서도 가장 핫한 '베이컨 브라더스'에서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베이컨 브라더스는 수제 햄버거로 치치에서 굉장히 유명한 곳이에요.
사실 이렇다할 맛집이 없는 치치에서는 이 정도 분위기에 이 정도 음식이면 굉장히 선전한 것 같아요. 베이컨 브라더스에서 콜라를 주문하면 코카콜라도 펩시도 아닌 요놈을 줍니다. 이쁘지만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는 콜라에요. 아마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 예상됩니다.
▲ 여름이지만 햇빛만 따가울뿐 공기가 덥지는 않기에 그늘진 야외 테이블로 향했어요.
▲ 진동벨이 울리고 드디어 저희 메뉴가 나왔어요. 베이컨 브라더스에서는 베이컨, 치킨 등 주재료에 따라 갖가지 종류의 햄버거가 있어요. 대부분의 메뉴 이름 또한 굉장히 독특한데 그 메뉴들 중에 +표기로 직원이 몇가지 서비스를 붙여 놓은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안아주기가 있으면 주문받는 직원이 꼭 안아줘요. +하이파이브는 직원과 하이파이브를 하고요 ^^ 그 외에도 재밌는 무료 서비스들이 많습니다. 처음 베이컨 브라더스에 갔을 때 주문했던 메뉴에 안아주기가 포함되어 있었어요. 잘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주문 받던 거대 체구의 백인 총각이 꼭 안아줘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답니다.
참 좋아하는 베이컨 브라더스의 수제 햄버거지만, 비행기 후유증으로 인해 입맛도 없고 실제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먹다 남겼어요. 4일 정도 체한 듯한 느낌이 지속되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생일이라고 콧구멍에 바람 넣어준 신랑에게 고맙네요.
▲ 제가 살고 있는 플레이스에요. 스트리트로 표기된 곳이 아닌 플레이스 지역은 사진에서 보이듯이 길이 막혀 있지요. 이런 골목에는 나갈 길이 없기 때문에 보통 이 골목에 볼일이 있는 사람들만 들어오죠. 그래서 도둑이 적다는 말이 있어요. 이웃끼리 서로서로 낯선 사람을 견제해준다는 말도 있고요.
▲ 무려 한 달동안 관리하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농작물들은 잘 자라고 있었어요. 깻잎도 토마토도 작은 모종만 심어두고 떠났었는데 폭풍성장을 해서 깜짝 놀랐답니다. 토마토는 제때 묶어주지 못해서 바닥을 기고 있었어요. 그래도 토마토가 얼마나 주렁주렁 달렸는지.. [ 너네도 이사당하느라 굉장히 힘들었을텐데, 잘 버텨줬구나! ] 라는 생각을 하며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 뉴질랜드에 돌아온 뒤 기력을 회복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냉장고를 구입한 거에요. 지난 2년동안 렌트집에 딸려있던 냉장고(그마저도 냉동실이 고장나서 제 구실을 못했어요)와 뉴질랜드를 떠나는 한인에게 20불(약 15,000원)을 주고 구매했던 작은 냉장고를 사용했었는데, 이사 오면서 새로운 냉장고가 필요하게 되었죠. 기존에 쓰던 메인 냉장고는 이전 렌트집에 딸려 있던 것이라 들고 올 수 없었거든요.
▲ 뉴질랜드의 집은 대부분 주방 냉장고 자리가 굉장히 작아요. 사진으로 보기에도 굉장히 좁아 보이지요? 요즘 한국에서는 주방을 만들 때 양문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들어갈 폭까지 계산해서 넉넉하게 만들던데, 여긴 참 달라요. 약 70cm 정도의 공간이 있고 그 안에 냉장고를 집어 넣어야해서 로컬 냉장고들은 보통 65~ 68cm의 폭을 가지고 있는 아주 작은 냉장고에요. 한국처럼 반찬을 재놓고 먹는 문화가 아니라서 냉장고를 크게 만들 필요가 없는거죠.
하지만 저희는 한국 사람이라 저렇게 작은 냉장고는 정말 쓰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한국에서 사용하던 스타일의 양문 냉장고를 구입하게 되었답니다. 매장에 가보니 65cm 폭의 작은 로컬 냉장고와 제가 구입한 LG 양문형 냉장고의 가격 차이가 겨우 200불(약 150,000원)밖에 안나더라고요 ^^;; 물론 양문형 냉장고 중에서는 홈바도 없는 옛날 모델이긴 했어요. 하여튼 이런 저런 이유로 결국 저희는 큰 냉장고를 구입했습니다. 쓰면서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 냉장고가 커서 주방 냉장고 자리에 놓을 수 없기에 거실에 놓아야만 했어요. 하지만 주방을 제외한 모든 바닥은 카펫이죠. 냉장고는 워낙 무겁고 혹시 모르기 때문에 냉장고를 놓을 자리에 냉장고 사이즈에 맞게 카펫을 한번 더 깔아주는 것이 좋아요. 카펫 조각이 없다면 장판을 재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위 사진이 제가 알맞게 재단한 카펫이에요. 바닥의 카펫이 상하지 않는게 가장 중요해요. 카펫이 조금만 손상되더라도 집 주인이 카펫 교체를 요구할 수 있거든요. 카펫 교체를 요구하게 되면 집 전체의 카펫을 갈아야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양문 냉장고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뉴질랜드에서 이렇게 살고 있어요. 나름 해외생활 꿀팁이죠.
▲ 컨디션 회복에는 운동만한 것이 없다고 해서 바로 수영장으로 복귀했어요. 수영장 가는 길이 얼마나 예쁜지, 사진으로 찍어봤어요. 날씨도 바람도 공기도 모두 너무 좋았어요. 며칠 전까지 한국에서 그렇게 추웠는데!
▲ 뉴질랜드에 돌아온 뒤 저희의 점심과 저녁이에요. 한국에서 그리 푸짐하게 매끼를 챙겨먹었는데, 뉴질랜드에 돌오니 순식간에 원래 먹던 스타일로 복귀했어요. 가볍게 가볍게, 편하게 편하게~
▲ 두 번째 점심과 저녁이에요. 뉴질랜드는 지금 체리가 철이라 굉장히 맛있고 저렴해요. 한국에서 제철 딸기 사먹는 것보다 저렴할 거에요. 저녁으로는 카레덮밥과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었어요.
▲ 아침으로 가볍게 바나나와 요거트, 우유 먹고 점심은 스킵~ 저녁으로는 찜닭을 해먹었어요. 오랜만에 돌아오니 냉장고에 식재료가 없어서 하나씩 장보느라 요즘 정신이 없네요.
▲ 늦은 오후에 마트에 갔더니 마침 스시 세일을 하더군요. 1개 가격(12불)에 2개를 준다고 해서 바로 구입했어요. 뉴질랜드의 쇼핑몰은 금토를 제외하면 대부분 6시에 문을 닫아요. 몰에는 스시집은 꼭 있는 편인데 5시가 되면 일반적으로 스시 세일을 하는 편이에요.
▲ 그리고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치치의 친한 청년들과 함께 모여 저희 집에서 바베큐 파티를 했습니다. 뭐, 파티라고 하기엔 약간 애매하고 식사라고 해야할까요. 삼겹살과 닭고기, 소세지와 소고기를 잔뜩 사서 훈제그릴에 돌렸어요. 맛있게 준비하겠다며 신랑이 전 날부터 열심히 고기를 준비했어요.
▲ 삼겹살을 기다리며 소세지와 오븐치킨을 먼저 준비했답니다.
▲ 이런 모습으로 삼겹살이 완성되었어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아주 부드러운 쫄깃한 삼겹살이죠.
▲ 2차로 보드게임을 즐겼어요. '카탄'이라는 보드게임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재밌고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4명이 함께하는 게임인데 확장판은 6명까지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 짠, 그리고 일요일이었던 어제 저는 김밥 60줄을 준비했답니다. 함께 모이는 모임의 총 구성원이 60명인데 제가 이번 모임 점심 당번이었어요. 당근, 시금치, 달걀, 스팸, 우엉지, 단무지, 김, 밥 등을 넉넉하게 준비해서 열심히 만들었어요. 저는 만들고 신랑과 플랫메이트는 김밥을 썰고 포장했답니다. 두 사람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힘들었을거에요.
▲ 히히, 이렇게 완성된 김밥이에요. 스팸이 잔뜩 들어갔더니 맛이 없을리가 없지요. 잘게 썰어넣은 당근의 식감도 너무 좋고 산뜻한 초록색의 시금치도 마음에 들었어요.
한국에서는 김밥이 별거 아닌 정말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뉴질랜드에서는 굉장히 귀한 음식이에요. 판매하는 곳도 거의 없고 가격도 굉장히 비싼 편이죠. 제가 준비한 김밥이 함께 모인 사람들에게 별미가 되었기를 바랄뿐입니다.
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분주하고 정신없는 요 며칠이었어요.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었는데 저도 어서 생활리듬 회복해서 꾸준하게 여러분 찾아갈게요. 모두들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날 보내시길 바래요. 한국에서도 뉴질랜드에서도 모두 행복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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