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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매일이 고맙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일상

by Joy_Tanyo_Kim 2018.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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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조카들 도시락에 대한 글을 썼을 때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그 중에 몇 분들이 설거지 해주는 신랑이 뭐가 고맙냐는 말을 하셨어요. 하나하나 답하지 않았지만, 저는 여전히 설거지 해주는 신랑이 참 고마운 아내입니다. 


한국에서 살 때 저희는 맞벌이 부부였어요. 맞벌이 부부일 때도 요리를 좋아하는 저는 요리를 했고 맛있게 먹어준 신랑은 설거지로 그 마음을 전했어요. 저희는 그렇게 살았답니다. 뉴질랜드에 온지 이제 2년이 되었어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함께 공부했지만, 이제는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고 저희가 가야할 길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보다 공부머리가 좋은 신랑은 영주권을 목표로 대학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가야할 길이 멀지만 절차를 차근차근 하나씩 밟아가고 있는 중이지요. 형편이 더 좋았다면 저희 두 사람 모두 대학에 진학하고 각자 영주권 준비를 하는게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이겠지만, 외국인으로서 이 곳에서 감당해야할 학비는 생각보다 많이 비쌌습니다. 그래도 이 길이 확실한 길이라 생각하고 지금은 투자하고 더 노력하는거죠. 


신랑은 조카들 학교 드롭해주고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 가서 저녁 먹기 직전까지 수업을 듣고 집으로 옵니다. 현지인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힘들고 진이 빠지죠. 저는 아침에 모두를 보내고 제 일을 하죠. 살림도 하고 이렇게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글도 쓰고 촬영도 하고 영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저희 부부는 각자의 자리에서 전투적인 뉴질랜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맛있는 저녁 밥상이 잘 차려져 있고 모두가 맛있게 먹고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이 제게는 큰 기쁨입니다.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제게 아주 가치있는 일이에요. 



아침 일찍 머리 말릴 시간도 없는데 설거지 해주는 고마운 신랑


저는 요리를 즐기기에 요리하는 것이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아요. 깔끔하게 치워지는 것에도 만족과 기쁨을 느끼지만, 설거지를 하다보면 종종 손목이 시큰거리고 저려서 솔직히 힘들 때가 있어요. 이런 제 형편을 알고 저녁 설거지는 물론 아침에도 바쁜 와중에 설거지를 종종 해주는 신랑의 배려에 얼마나 힘이 나는지 몰라요 ^^




▲ 그리고 오전 11시쯤 신랑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최근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왼쪽 무릎이 많이 안좋아져서 고생을 조금 하고 있는데 신랑이 제 무릎이 걱정되었는지 빨래 건조기를 사용하라는 톡을 보냈어요. 지난 영국여왕생일 세일 때 습한 겨울에 쓰자며 빨래 건조기를 구입했었지만 사실 거의 안 쓰고 있었거든요.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많은 분들이 가스건조기를 쓰시기 때문에 [이 편한걸 대체 왜 안써? ]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거에요 ^^;; 뉴질랜드는 가스보다는 전기를 쓰는 곳이 더 많은데 원전이 없기 때문에 전기세가 굉장히 비싼 편이에요. 한국의 3배 이상 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뉴질랜드의 겨울은 우기라서 한달 내내 보슬비가 내리기도 하고 대체적으로 굉장히 습해서 밖에 빨래를 널면 빨래가 일주일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실내에서 2~3일동안 말리는 편인데 빨래 건조기를 사용하면 간편하고 빠르겠지만 전기세 부담에 사실 사용하기가 어려워지더라고요 ^^;; 하지만 그 전기세 부담보다 제 무릎이 더 걱정스러웠는지 저렇게 예쁜 톡을 보내왔네요.  




▲ 잠시 집 근처 야채가게에 갔는데 배추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어요. 이제 거의 봄이라서 배추가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알이 튼실해서 4포기를 구입했습니다. 바로 소금에 절였어요. 따뜻해서 그런지 꽃대가 올라왔네요. 




▲ 바쁘게 김치를 담궜어요. 4포기라 양도 얼마 안되고 간단해서 무릎 굽히지 않고 서서 할 수 있었어요. 조카들이 김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맛있다고 잘 먹으니 제 기분도 좋더라고요. 




▲ 시간을 내어 신랑 머리카락도 잘랐습니다. 이번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짧게 잘랐더니 [ 옆머리 너무 짧지 않아? ] 라고요. [ 불만 있으시면 돈내고 샵으로 가세요~ ] 라고 했지요 ^^ 에효, 신랑 머리카락 자르다가 제 손을 조금 잘랐습니다. 생각보다 피도 많이 나고 아프기도 했어요. 바쁘게 소독에 항생제 연고에 후후 불어주며 밴드를 붙여주는 신랑이 있어서 저는 오늘도 힘이 많이 나네요. 



30살에 워킹홀리데이 막차를 타고 뉴질랜드로 왔던 저희 부부, 한국에서 신혼 살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뉴질랜드로 바쁘게 떠나왔었죠. 각자 하던 일을 그렇게 접고 온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사실 종종 그 때가 그립기도 해요. 그 때 우린 인정 받았던 전문가였고 각자 부족하지 않은 수입도 있었어요. 궁궐같지는 않지만 따뜻한 물이 나오고 난방이 잘되는 우리의 보금자리도 있었어요. 


뉴질랜드에 와서 저희는 남의 집에 렌트로 들어와서 매달 월세를 내며 살고 있고 비자도 불안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지도 못했어요. 사실 이 나이에 다시 대학을 간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모든 것이 불안정하지만 저희에게는 꿈이 있고 또 저희가 함께이기에 모든 상황을 버텨내고 또 한걸음씩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저희가 아직 많은 것들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부부 많이 응원해주세요. 혹시 도전하고 꿈꾸는 저희 나이의 청년들이 있다면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 모두 힘내서 살아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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