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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4번째 김장, 벌써 7개월이 되었네요.

by Joy_Tanyo_Kim 2017.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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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벌써 6월 14일이네요. 크라이스트처치는 6월부터 겨울이라고 했는데 벌써 그 첫달의 반이 지나갔어요.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면 이번 겨울 정말 금방 끝날 것 같기도 해요. 뉴질랜드에 온지도 어느덧 7개월차에 접어들었답니다. 처음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짐을 이 곳으로 보내고 살던 집을 정리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마 며칠이 지나면 [ 어머, 벌써 일년이 지났네 ] 라고 말하겠죠. 


6개월간 이 곳에 살면서 김치를 총 세번 담궜습니다. 첫번째는 알타리 김치, 두번째는 배추김치 5포기, 세번째도 배추김치 5포기였죠. 그 김치들이 6개월을 잘 버텨주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네번째 김치를 담게 되었어요. 이번달이 지나면 앞으로 12월까지는 배추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 배추를 10포기나 구입을 했답니다. 3포기도 손을 벌벌 떨던 제가 이제 김장에는 도사가 되었습니다. 아마 엄마가 가장 뿌듯해 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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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저희 엄마는 한번 김장을 할 때 100포기씩 담구셨던 기억이 납니다. 100포기를 담아도 할머니댁부터 서울 사는 큰 고모에 막내고모까지, 삼촌, 저희집, 옆집 혼자 계신 할머니, 어디 혼자 사는 누구누구까지 다 챙기시느라 늘 모자랐던 기억이 납니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시면서는 그렇게 김장을 대량으로 하시진 않지만 여전히 이집 저집 김장을 다 해주시는 저희 엄마입니다. [ 그 집 어른이 허리가 아파서 김장을 할 수가 없었대, 그래서 엄마가 가서 도왔지 ] 또는 [ 에휴, 거기 손님 치룬다고 김치 필요한데 손이 없댄다. 그래서 엄마가 가서 좀 해주고 왔어 ]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하시면서 저한테 혼날까봐 제 눈치를 살살 보시곤 했죠. 당연히 저는 뭐라고 했었거든요. [ 왜 엄마가 남의 집 김장을 다해! 엄마 몸 생각 안해? 엄마 나이도 있는데 알아서 몸 챙겨야지! ] 라고 말이죠. 그래도 늘 값없이 기쁨으로 남을 도우시는 엄마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뿌듯하기는 했답니다. 


배추 10포기를 구입해서 제대로된 겨울 김장을 하려고 한다는 제 문자에 엄마는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 아휴, 우리 토깽이 또 좀 수고 하겠네. 맛깔나게 담아봐. 이제 다 컸다! ] 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저는 [ 다 담으면 사진 보낼게요! ] 라고 답장을 했답니다. 아직도 엄마 친창 듣는게 가장 기분 좋은 막내입니다. 





↗ 지금은 배추가 가장 비싼 시즌인데 가장 저렴할 때는 한 포기에 $1.5에 판매하던 배추가 지금은 $3.9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것도 막바지, 이제 곧 배추가 끊길 것 같습니다. 다시 나오는 시즌은 초 여름인 12월이라고 합니다. 10포기를 구입하는건 처음이었는데 솔직히 이걸 구입하면서도 [ 이거 충분할까? 12월까지 버틸 수 있나 몰라 ] 라고 물었답니다. 신랑은 머리를 갸우뚱 하면서 [ 잘 모르겠어 ] 라고 이야기 합니다. [ 6개월간 여기 살면서 5포기씩 2번 담궈서 잘 먹었으니까 아마 되지 않을까? ] 라고 말했더니 [ 음, 그럼 되겠네? 아껴먹자! ] 라고 이야기 합니다. [ 그래, 모자라면 사먹지 뭐.. 근데 김치 한번도 안 사먹어 봤는데, 맛 괜찮겠지? ] 진정 김치를 사 먹은 기억이 없는 저는 솔직히 걱정이 약간 되기는 했답니다^^;; 




 ↗ 저녁식사를 준비해서 먹고 저녁 설거지를 다 끝낸 다음 김장용 다라이를 꺼냈습니다. 다라이를 깨끗하게 씻어준 다음 칼을 그 안에 놓고 배추가 들어있는 박스를 가까이로 가져왔습니다. 차가운 바닥에 철푸덕 앉고 보니 어찌나 막막하던지요. 갑작스럽게 가슴이 답답한 것이 아주 피곤했습니다. [ 아, 정말 피곤하다 ] 하기 싫은 마음이 급격히 밀려왔죠^^;; 뭐.. 그래도 어쩌겠어요. 해야죠. 




↗ 배추의 겉잎은 잘 떼서 빈 박스에 잘 모아줬습니다. 이 놈들 버리는 분들도 종종 계시지만 잘 모아서 푹 삶아 냉동실에 얼려두면 겨울철 시래기 걱정은 없답니다. 된장찌개, 된장국, 육계장, 해장국, 시래기 무침 등 쓰임새가 아주 좋답니다. 가끔 야채가게에 가면 이런거 구입할 때 다 떼서 버리고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거 다 주워서 옵니다^^;; 아마 신랑이 봤으면 [ 당신 정말 아줌마 같애 ] 라고 말했겠지요. [ 어머, 저 벌써 제대로 아줌마 맞답니다. ]




↗ 손질해서 모으니 이렇게 높게 쌓였습니다. [ 아, 다라이가 작네.. 어쩌나 ] 고민을 하던 찰나에 번뜩 생각난 것은 세탁실에 있는 아주 커다란 싱크대였죠. 




↗ 손 빨래나 다용도로 존재하는 이 싱크대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만 이번에 제대로 사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깨끗하게 관리를 해왔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방 세제를 가지고 와서 깨끗하게 씻었습니다. [ 아, 여기다가 배추 절이면 딱이겠다! ] 라는 생각을 했지요. 




↗ 물을 받고 간수 뺀 굵은 소금을 분량대로 넣어준 다음 배추를 한쪽씩 담궜답니다. 배추 속까지 소금물 잘 들어가라고 흔들흔들 흔들어주며 담궜어요. 




↗ 이거 안넣어주면 너무 섭섭하지요. 무가 조금 비싸긴 했지만(팔뚝보다 조금 작은 무 1개 $4) 이거 넣으면 너무 맛있으니까 함께 조금 절였습니다. 



김장 라운더리 세탁실


↗ 물을 많이 넉넉하게 담궈주고 싶었지만 공간이 아주 간당간당해서 거의 딱 맞게 넣었답니다. 그래도 살짝 누르면 물에 잠길 정도로는 된 것 같아요. 이렇게 오늘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아침 7시 30분에 도시락 만들고 바로 도서관으로 가서 인강 들으며 3시까지 영어공부하고 장봐서 집에 오면 5시입니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저녁을 준비해야하고 저녁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를 하고 그 외에 하우스워크를 합니다. 외국은 다 좋은데 집이 너무 넓으니 치울게 너무 많아요. 카페트도 먼지가 정말 많이 쌓여서 청소를 해도 해도 끝이 없고 가드닝까지 수시로 해야하니 정말 하우스와이프의 삶은 고단합니다. 하하^^;; 


오늘은 김장 준비까지 하고나니 시간이 밤 9시가 넘었고 지금 글을 2개 쓰고 나니 이미 밤 11시 30분이 되었네요. 홈스테이를 하면서 지금 이렇게 사는 것도 참 기쁨도 많고 만족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참 고단하고 힘들기도한 제 일상인 것 같습니다. 일주일 내내 이 스케줄이 반복이 되다보니 가끔은 정말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아요. 그래도 신랑이 설거지를 종종 도와줘서 참 고맙지요. 아, 오늘은 문득 속앓이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블로그에 글이라도 적으면 약간 위로가 되는 것 같거든요. 이제 자러 가야겠습니다. [ 아, 내일 도시락은 또 뭘 싸지? ] 고민되는 순간입니다. 잠들기 전까지 고민을 계속 해야겠어요. 모두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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